개신교 예배의식 성스럽게…‘성만찬’ 도입 잇따라

  • 입력 2004년 7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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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교회 유경재 목사가 신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예식문을 주고받는 교독(交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덕수교회
덕수교회 유경재 목사가 신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예식문을 주고받는 교독(交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덕수교회
“사랑의 하나님, 저희가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주님의 새로운 몸이 되었고 새 생명을 받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담임대행 변창배 목사)는 매달 한 번씩 주일예배 시간에 신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는 ‘성만찬’을 행한다.

개신교의 대부분 교회가 부활절과 성찬주일(10월) 등 1년에 두 차례 ‘성만찬’ 의식을 행하고 있지만 최근 한 달에 한 번 또는 매주 실시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만찬을 실시하는 교회는 서울 덕수교회와 갈릴리교회, 전북 군산 성광교회, 부산 한가족교회와 감전교회 등.

변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말씀(설교)을 중시한 나머지 예배의 또 다른 축인 ‘성만찬’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말씀이 예수의 교훈이라면 떡과 포도주를 나눠 먹는 성찬은 예수의 고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가족교회의 김형대 전 담임 목사는 성만찬에 쓰는 잔과 접시인 성찬기(聖餐器)를 따로 만들어 보급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성만찬 예배는 신자들을 설교만 듣는 수동적 존재에서 직접 예수의 몸을 느끼는 능동적 존재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최근 3∼4년 동안 성찬기를 주문한 교회를 감안하면 국내에서 700여 교회가 성만찬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성만찬의 회복은 최근 기독교계에 불고 있는 영성(靈性) 회복 운동및 교회 갱신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간사인 이상화 목사는 “성만찬 정신은 ‘나눔의 정신’”이라며 “교회가 이웃 사랑과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데 성만찬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성만찬: 성만찬은 예수가 제자들과 한 마지막 저녁식사를 가리킨다. 예수가 이 자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이것은 내 살과 피요, 나를 기념해 이것을 행하라”고 말한 게 성만찬 예배의 유래다. 가톨릭과 정교회에선 성만찬 의식이 예배의 중심을 이룬다. 한국에는 성만찬 전통이 약한 미국계 장로교 등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성만찬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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