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복지시설 세운 정련스님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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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련 스님은 기증받은 옷가지를 이웃 복지시설에도 나눠준다. 그는 “쓰지 않을 것을 쌓아두는 게 가장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거제=서정보기자
정련 스님은 기증받은 옷가지를 이웃 복지시설에도 나눠준다. 그는 “쓰지 않을 것을 쌓아두는 게 가장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거제=서정보기자
“그들(정신지체 장애인)은 살아있는 부처 같습니다. 정신은 온전하지 않으나 순진무구한 그들을 보면 ‘탐진치’(貪瞋痴·욕심, 분노, 어리석음) 삼독(三毒)에 빠진 우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26일 개원식을 갖는 경남 거제시 동부면 부촌리의 반야원. 장승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반야원은 정련(定鍊·63) 스님이 세운 1100여평 규모의 중증 장애인 수용시설이다.

정련 스님이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0년. 한 스님이 비인가 시설로 운영하던 이곳이 문 닫을 위기에 몰리자 정련 스님이 조건 없이 떠맡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27명의 장애인들은 누울 자리도 없이 좁은 곳에서 생활해야 했다. 재활은커녕 밥 먹고 잠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정련 스님은 2002년 정부 지원(13억원)과 신도들의 시줏돈으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스님은 시간 날 때마다 직접 공사판 인부들과 함께 등짐을 졌다.

“인부들이 내게 ‘짠돌이 스님’이라고 하더군요. 공사판에서 인부들이 무심코 버리는 못이나 나뭇조각을 모으면 꽤 많습니다. 그게 다 시줏돈이고 국민이 낸 세금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올 4월 건물이 완성됐다. 장원지양(15·정신지체 2급)은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방이 넓은 게 신기하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스님은 자신이 반야원을 세웠다고 얘기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신도나 국가가 한 일이고 자신은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는 것.

그가 사회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은사인 석암 스님을 만나면서부터였다.

“50년대 말 보릿고개 시절 석암 스님은 절 식량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쌀 한 됫박에 ‘부처를 만난 듯’ 고마워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느꼈어요.”

정련 스님은 1972년 천막 법당인 부산 내원정사를 짓고 포교를 시작했다. 이곳은 현재 7만명의 신도에 유치원 노인직업센터 청소년수련원 지역사회복지관 등 7개의 복지시설을 가진 대형 사찰로 변했다. 600명의 원생이 다니는 유치원은 생태 중심 교육을 펼쳐 매년 60여 곳에서 견학하러 온다. 스님은 이 같은 공로로 99년 조계종 총무원에서 포교대상을 받았다.

정련 스님은 포교의 비결에 대해 ‘욕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욕심은 습관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더 먹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이는 욕심이 습관화된 겁니다. 사회사업도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게 잘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모든 일이 투명해야 하고요.”

스님은 개인통장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반야원을 장애인재활 종합복지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2007년 상반기까지 인근에 150병상의 재활의료원과 3만평 규모의 정원, 3000평 규모의 농장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 그는 소장 스님들로부터 끈질기게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고사했다.

“(내가) 재목도 아니고…. 반야원 공사 끝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암자 하나 짓고 못 다한 염불이나 열심히 하렵니다.”

거제=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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