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세트와 연기…야외무대 약점 크게 보완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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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카르멘’ 1막 리허설 장면. 카르멘 역의 엘레나 자렘바(가운데)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돈 호세 역의 호세 쿠라에게 다가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변영욱기자
오페라 ‘카르멘’ 1막 리허설 장면. 카르멘 역의 엘레나 자렘바(가운데)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돈 호세 역의 호세 쿠라에게 다가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변영욱기자
야외오페라 ‘카르멘’(조르주 비제 작곡)이 15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카르멘 역의 엘레나 자렘바와 돈 호세 역의 호세 쿠라 등 출연진은 13, 14일 오후 최종 리허설을 가졌다. 조명을 켜기 전까지는 길이 100m의 야외무대에 별다른 무대장치가 없는 듯 보였다. 중국 쯔진청(紫禁城)을 모방한 대형 세트가 등장했던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푸치니 ‘투란도트’와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명이 켜지자 무대는 극중의 스페인 세비야 광장처럼 화려해졌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 등 1000여명이 넓은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지난해 9월 ‘아이다’ 공연 때의 3배나 되는 광량(光量)의 조명이 무대를 밝게 채웠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지난해 야외 오페라들과 대비됐다. ‘투란도트’ ‘아이다’의 경우 대형 무대라는 특성 때문에 출연자들의 세부적 연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카르멘’을 연출한 잔카를로 델모나코는 실내무대와 같은 표정과 몸짓연기를 요구했다. 5대의 카메라는 주인공들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를 줄곧 따라다녔고, 그들의 연기는 무대 위편의 스크린에 그대로 투사됐다. 지난해의 두 야외 오페라에서는 출연자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스크린이 무대 양쪽 끝에 놓여 관객의 시선이 분산됐지만, ‘카르멘’ 공연에서는 그런 문제점을 최소화시켰고 화면도 ‘영화처럼’ 섬세하게 연출됐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계획됐던 무대 위 투우 장면은 없어졌지만, 다른 볼거리는 충분했다. ‘투우사의 노래’ 장면에서 두 마리 말이 플라멩코와 비슷한 스텝을 펼치는 모습도 색다르게 보였지만, 각 막(幕)의 전주곡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 전면에서 펼쳐지는 스페인 무용단의 박력 있는 군무는 흥미를 더했다. 이 무용단은 2막 ‘세기디야’ 등 줄거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음악적 흥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스타급 테너 호세 쿠라는 목이 꺾이는 듯한 특유의 고음으로 마음 약하고 무책임한 영웅을 멋지게 연기해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프랑크 페라리는 높은 공명점(共鳴點)을 가진 바리톤이어서 근육질의 느낌을 주는 역할과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았다.

5월이지만 요즘 밤공기가 차다. 담요를 챙겨가는 것이 좋을 듯. ‘카르멘’은 19일까지 계속된다(17일 제외). 5만∼30만원. 1588-7890, 1544-1555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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