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에 몰두해 작업한 기간이 타계 전까지 불과 7년 정도였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15점 정도에 불과하다.
6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열리는 ‘20세기 한국 미술의 힘Ⅱ-이달주전’에는 ‘황소’ ‘게와 새우’ ‘샘터’ ‘황토’ ‘백합과 소녀’ 등 대표작품 11점과 사진, 도록, 관련기사 등 자료가 전시된다.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57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많은 부분이 퇴색되거나 변색되어 이번 전시를 위해 모두 복원 과정을 거쳤다.
그는 토속적인 소재를 선택해 대상을 길게 변형하고 두꺼운 질감으로 표현함으로써 따뜻하고 우수어린 서정적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 속 여인들은 잔잔하고 정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데 모딜리아니 작품의 여인들처럼 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달주는 44년 연안여중을 시작으로 이화여고 휘문고 매향여고 용산고 경기공업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대한미술교육회 창립회원, 중고교 미술교사들의 모임인 신기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생전 개인전을 갖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1964년 유작전 이후 처음 열리는 회고전이다.
‘방학 동안 완성시켜 보려고 초심 노력하여 애써오던 백호 그림을 망가뜨렸다. 2층 아틀리에는 긁히고 뭉개버린 캔버스의 잔해만이 구석진 벽에 누워있을 게다. …번민과 의욕에 몸부림치며 밤은 깊어간다. 한 권의 스케치북이 화실 마룻바닥에 전부 흩어질 때까지 그렸다.’(1961년 2월 28일 일기 중에서)
1940년대 초반 도쿄에서 함께 수학한 김흥수 화백은 “한국 처녀들의 순박한 정감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달주의 요절은 한국 화단의 큰 손실이었다”고 회고했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