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표현한 토속적 정감…가나포럼스페이스 이달주展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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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주 작 ‘황토’(1959년). 흡사 박수근 화풍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토속적 소재에 두꺼운 질감이 더해져 따뜻하고 우수 어린 세계를 보여준다.-사진제공 가나포럼스페이스
이달주 작 ‘황토’(1959년). 흡사 박수근 화풍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토속적 소재에 두꺼운 질감이 더해져 따뜻하고 우수 어린 세계를 보여준다.-사진제공 가나포럼스페이스
1940년대와 50년대라는 궁핍한 시대를 살았던 화가 이달주(李達周·1920∼1962)는 마흔둘에 요절한 데다 작품도 15점밖에 남아있지 않아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작가다. 그러나 그는 정감 있는 서민적 풍경을 소박한 기법으로 그려내 당대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도쿄미술대(현 도쿄예술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은 이달주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해 함께 남하한 이중섭 박수근 최영림 등과 휴전 후 서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국전에서 잇달아 수상하면서 작품세계를 인정받았으나 뇌일혈로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완벽주의자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에 몰두해 작업한 기간이 타계 전까지 불과 7년 정도였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15점 정도에 불과하다.

6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열리는 ‘20세기 한국 미술의 힘Ⅱ-이달주전’에는 ‘황소’ ‘게와 새우’ ‘샘터’ ‘황토’ ‘백합과 소녀’ 등 대표작품 11점과 사진, 도록, 관련기사 등 자료가 전시된다.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57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많은 부분이 퇴색되거나 변색되어 이번 전시를 위해 모두 복원 과정을 거쳤다.

그는 토속적인 소재를 선택해 대상을 길게 변형하고 두꺼운 질감으로 표현함으로써 따뜻하고 우수어린 서정적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 속 여인들은 잔잔하고 정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데 모딜리아니 작품의 여인들처럼 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달주는 44년 연안여중을 시작으로 이화여고 휘문고 매향여고 용산고 경기공업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대한미술교육회 창립회원, 중고교 미술교사들의 모임인 신기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생전 개인전을 갖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1964년 유작전 이후 처음 열리는 회고전이다.

‘방학 동안 완성시켜 보려고 초심 노력하여 애써오던 백호 그림을 망가뜨렸다. 2층 아틀리에는 긁히고 뭉개버린 캔버스의 잔해만이 구석진 벽에 누워있을 게다. …번민과 의욕에 몸부림치며 밤은 깊어간다. 한 권의 스케치북이 화실 마룻바닥에 전부 흩어질 때까지 그렸다.’(1961년 2월 28일 일기 중에서)

1940년대 초반 도쿄에서 함께 수학한 김흥수 화백은 “한국 처녀들의 순박한 정감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달주의 요절은 한국 화단의 큰 손실이었다”고 회고했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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