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52>전(專)과 부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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專은 갑골문에서 맨 위쪽은 여러 가닥의 실을 단순화하여 표현한 세 가닥의 실이고, 중간부분은 실을 감은 실패, 아래쪽의 원형은 실패 추(紡輪·방륜)를, 옆쪽은 이를 쥐고 있는 손(寸)을 그렸다.

專은 그렇게 베 짜는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다. 베 짜기는 예로부터 專門的(전문적)인 기술에 속했고 정신을 집중해야만 원하는 베를 짤 수 있었다. 그리하여 ‘專門’이나 ‘專心(전심)하다’는 뜻이 생겼다.

부의 자형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나, 갑골문에 근거할 때 專과 매우 닮았다. 專에 비해 실패 아랫부분의 실패 추만 빠졌을 뿐 나머지는 같다. 따라서 부는 專과 연계지어 해석해야만 할 것이며, 베를 짜기 전 실을 실패에 감아 베틀에 걸고 베 짤 준비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처럼의 복잡한 베틀이 만들어지기 전, 가장 단순한 베틀은 T자나 A자형의 걸이 대에 여러 가닥의 실을 매달아 놓고 실 사이사이를 머리 땋듯 짤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었다. 이후 실패에다 추를 달았는데, 그것은 베의 강도를 높이고 베올을 촘촘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발명이었다.

이렇듯 부는 베를 짤 수 있도록 실을 걸고 단장하는 준비 단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부는 베 짜기라는 뜻 외에도 ‘묶어 늘어뜨리다’, ‘매달다’, ‘준비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傅는 베 짜는(부) 전문적인 기술을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人)을, 縛은 自繩自縛(자승자박)에서처럼 실로 ‘묶다’는 뜻을, 搏은 붙잡아 포승줄로 ‘묶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가 하면 膊(포 포)는 책刑(책형) 즉 기둥에 ‘묶어’ 놓고 창으로 찔러 죽이던 형벌을 말하며, 박(종 박)은 지금의 鐘(종)처럼 ‘메달아’ 놓고 치던 청동 악기를 뜻한다.

또 博은 十(열 십)과 부로 이루어졌는데, 十은 금문에서 긴 세로획(곤)의 중간에 점이 더해진 모습을 하여 이것이 옛날 줄에 매듭을 지어 숫자를 표시하던 結繩(결승)의 흔적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설문해자’에서는 十을 ‘숫자의 完備(완비)’라고 했다. 그래서 博은 베 짜기(부)처럼 專門的인 학식을 두루 갖춘(十) 것을 말한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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