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산만한 아이 학원보단 병원치료를

  • 입력 2004년 4월 25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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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산만하고 집중을 잘못해요. 현이가 수업에 방해 돼요.”

현이 엄마는 아이가 입학하자마자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숨이 탁 막혔다.

유치원 때부터 산만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이들은 다 그런 거라고, 좀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애써 외면했던 걱정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로 담임선생님과의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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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를 잘 못 했던 까닭일까, 시집살이 마음고생 때문에 아이에게 짜증을 너무 많이 내었던 탓일까, 외가를 빼어 닮은 동생을 내심 편애해서 현이가 애정결핍이 된 것일까, 남편과 자주 싸웠기 때문일까, 내가 별로 좋은 엄마가 아니기 때문일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현이는 젖먹이 때 유난히 발달이 빨라 엄마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넘치는 에너지와 활동량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었다. 떼도 무척 많이 썼다. 엄마는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 고집스럽게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렸고, 충동적이었고, 사람들 앞에서 생각 없는 짓을 하고 나이보다 어리게 행동하여 엄마를 창피하게 만들었다. 무엇 하나 차분히 끝내지 못하니 당연히 공부도 뒤쳐지는 듯하였다.

과행동주의력결핍장애는 현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진단이다. 이는 전체 어린이의 5%, 즉 한 반에 한두 명은 꼭 있을 정도로 흔한 기질적인 문제다. 집중력을 키워준다는 정체불명의 학습법이나 학원이 난립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이와 부모가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체나 발달에 전혀 지장이 없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정신과라는 이름을 바꿔서라도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산만하고 집중을 못한다는 아이들 중에는 아이는 좀 활발할 뿐인데 어른들이 너무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기 우울증 혹은 기타 정서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아이들은 산만해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도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집중해 학습을 못하기 때문에 잠재력보다 훨씬 못한 성적을 거두게 되고, 반복되는 잔소리로 아이가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사회적인 성격을 가진 어른의 다수가 어린시절 과행동주의결핍장애를 가졌지만 치료를 잘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문제가 심각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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