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전문치료병원 생긴다

  • 입력 2004년 3월 22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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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부속 KARF병원은 '알코올 의존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이다.

술은 사회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탓에 이 병원의 장래는 매우 밝아 보인다.

그러나 주류회사들 출연 기금으로 지어진 이 병원은 역설적이게도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져 문 닫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사회의 알코올 의존(중독) 정도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술에 워낙 관대한 분위기 탓에 전문가가 보기엔 분명 입원할 수준의 의존자들이 숱한데도 별다른 치료 없이 술에 찌든 삶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당신도 중독자=술 마신 다음날 '내가 왜 그랬지'라고 후회할 일을 했거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필름 끊김족'들은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침이면 해장술을 마셔야 하거나 생각이 나면 혼자서라도 꼭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KARF병원 인터넷 홈페이지(http://hospital.karf.or.kr)에는 간단한 자가 진단법이 나와 있다.

▽이렇게 치료한다=이 병원 사랑방(외래치료팀)은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간호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치료의 첫 단계인 상담을 실시한다. 상담 결과 입원치료 판정이 나면 '몸 사랑방'으로 입원하게 된다. 이곳은 몸속의 알코올을 제거하는 치료를 담당하며 약물치료와 심리안정 치료를 병행한다. 일절 술을 마시지 못해 심한 의존환자들은 헛것을 보거나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해독치료를 마치면 '마음 사랑방'으로 가 8주 동안 입원하면서 오전 6시반에 일어나 밤 10시반에 잠들 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일부 기도원 등의 창살이나 몽둥이 대신 환자들과 똑같이 평상복을 입은 의료진을 만나게 되며 운동기구와 외부 인사 강연, 정신과 치료, 임상심리사 상담 등이 이어진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낮 시간만 부분 입원해 치료받거나 야간에만 입원 치료받는 시설이 아직 없어 다소 아쉽다.

통상 병원처럼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재단측 지원이 덕분에 치료비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중독 치료는 계속된다=입원치료가 끝나도 술에 대한 의존성은 언제든 재발할 위험이 높다.

퇴원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이 병원의 '민들레 방'을 통해 지속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며 상담 등을 계속한다. 8주에 걸친 입원치료가 끝난 것은 '금주(禁酒) 시작기'에 도착했을 뿐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란 게 전문가 진단이다. 민들레 방에서는 가족이나 다른 환자, 또는 공동체 모임도 소개해 진정한 금주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 병원 치료과 양순승 과장은 "술 의존성이 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사회가 이들을 도와 치료하도록 국가적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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