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8>법(法)과 예(禮)

  • 입력 2004년 2월 17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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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과 예(禮)

서구의 시민사회가 그 토대를 法에 두고 있는데 반해 동양의 禮는 오늘의 법치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德目(덕목)이다. 字源(자원)으로 보자면, 法은 보다 평등하고 수평적인 개념에 가깝고 禮는 수직적인 개념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法과 禮가 서로 보완적 개념으로서, 法의 경직성을 禮로써 보충할 때 사회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法은 水와 去로 구성되었으며, 그 뿌리를 추적해 가면 금문(왼쪽 그림)에서처럼 여기에 치가 더해져 있다. 치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형상화한 것으로 不正(부정)한 존재를 판별하여 자신의 뿔로 받아 죽여 버린다는 正義(정의)의 상징이다. 따라서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처럼 公平(공평)하고 해태처럼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法의 정신이다.

물처럼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의 법칙과 해태처럼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부정한 자는 처벌되어야 한다는 法의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禮는 원래 豊로 썼는데 이후 示(제사 시)가 더해졌다. 豊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윗부분은 옥(玉)이고 아랫부분은 술이 달린 북(鼓·고)의 모습이다. 북은 제사나 祭儀(제의) 등에서 신을 경건하게 모시기 위해 사용되었고, 玉은 제사에 쓰던 禮玉을 의미한다. 따라서 豊는 玉과 북 등을 동원해서 경건하게 신을 모시던 행위를 일컬었고, 이로부터 禮度(예도)나 ‘절’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혹자는 豊의 아랫부분이 북이 아닌 그릇(豆·두)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이는 제사에 사용되었던 祭器(제기)를 의미하기에, 禮라는 기본적인 의미에는 별 차이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禮는 인간이 신에게 제사 드릴 때 행하던 의식, 즉 제의(祭儀)에서 그 의미의 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갖추어야 했던 경건한 마음의 禮節(예절)이 이후에는 인간과 인간, 나아가서는 통치자와 피통치자 등의 관계에서 지켜져야 할 그런 德目으로 확정되었으며, 이로부터 각종 제도나 규칙이라는 의미까지 확대되었다.

이렇게 볼 때, 禮나 法은 다른 뜻을 가지지 않는다. 私心(사심)이 없는 公平함이 法이요, 신 앞에서 가지는 敬拜(경배)의 마음이 禮의 근본적인 정신이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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