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인터넷뉴스 속보전쟁]"5분빠르면 200만명 더 클릭"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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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5·18행사 추진위원회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인터넷신문인 동아닷컴의 ‘뉴스 파트’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취재하는 즉시 메인 화면의 톱뉴스로 제공했다. 순식간에 이 기사에는 수백건의 네티즌 의견이 붙었고, 이들에 의해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 퍼졌다.

“인터넷에서는 뉴스가 5분만 늦어도 가치가 거의 없다. 유동성이 큰 네티즌들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 사이트’로 계속해서 몰려가기 때문이다. 논쟁적이고 센세이셔널한 뉴스의 경우 5분 사이에 하루 100만∼200만명의 방문자가 왔다 갈 정도다.”(조병래·동아닷컴 뉴스&커뮤니티 전문위원)

동아닷컴 등 주요 언론사들의 인터넷 매체들이 ‘뉴스’ 강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다음, 야후,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가 뉴스 서비스에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도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

그동안 언론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는 대부분 자사의 오프라인 신문에 실린 기사를 서비스하고, 낮시간대에는 연합뉴스를 받아 제공해 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사는 2001년 가을 편집국 내에 ‘디지털뉴스팀’을 신설해 신문이 발행되기 전에 출고된 주요 기사를 동아닷컴으로 제공하면서 주요 언론사간 속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조선일보도 올해 3월 말 편집국 ‘인터넷뉴스부’를 신설해 실시간 기사를 조선닷컴에 제공하고 있다. 조선닷컴은 ‘조선일보 못 참겠다’ 코너를 신설해 ‘안티조선’ 등의 의견까지도 수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앙일보도 현재 온라인 속보를 위한 ‘디지털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사 인터넷신문은 물론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뉴스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뉴스가 최고의 인기 콘텐츠이기 때문. 특히 네티즌들이 급변하는 세상을 담은 뉴스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신문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는 뉴스는 ‘논쟁적인 뉴스’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한 뉴스’다. 특히 최근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들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의 관계자는 “‘깽판’ ‘개판’ ‘성질 한번 보여주려고 했는데…’ 등 노 대통령의 발언은 온라인에서 가장 떠들썩한 논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특별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속보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금메달을 놓친 김동성 선수 사건을 필두로 2002한일월드컵, 대통령선거 등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네티즌들은 새로운 뉴스를 찾아 각 언론사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인터넷 언론매체 등을 하루에 수십차례 서핑하면서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정진홍 전 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월드컵 대선 이라크전쟁 등을 거치면서 네티즌들은 뉴스를 가장 재미있는 오락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네티즌들은 온라인 상에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를 ‘사냥’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패러디하고, 재가공하면서 마치 거대한 ‘게임’을 하듯이 뉴스를 즐기고,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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