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성대 건강법…'말 많고 힘들어간 목' 탈도 많다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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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를 치면 목이 ‘크게’ 상한다. 평소 부드럽게 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큰소리를 치면 목이 ‘크게’ 상한다. 평소 부드럽게 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스승의 날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학부모도 많을 듯하다. 그러나 비싼 선물만이 능사가 아니다. 선생님의 쉰 목소리를 해소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은 어떨까.

지난해 5월 서울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서울 지역 초중고교 교사 9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가 말할 때 목에 통증을 느끼거나 쉽게 목이 쉰다고 대답했다.

교사뿐만이 아니다. 이문세 한동준 등 많은 가수가 성대 결절로 고생을 겪기도 했다. 스트레스와 함께 사는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목을 혹사시킨다. 의학자들은 국내 인구의 10% 정도가 성대 및 후두질환을 앓고 있다고 추정한다.

▽목, 쉬고 싶다=오래 또는 크게 말하고 노래하면 목이 쉬거나 아프기 마련. 때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급성 후두염이다.

급성 후두염은 1주일간 말수를 줄이고 따뜻한 물을 자주 먹어 목의 점막을 촉촉하게 해 주면 좋아진다. 담배와 술, 초콜릿 등 자극성 식품은 피해야 한다. 위액이 역류해 성대를 자극하면 역류성 후두염이 될 수 있다.

2주가 지났는데도 후두염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비인후과를 찾는 게 좋다. 성대에 굳은살이 생기는 성대결절 또는 성대 점막 주변 모세혈관이 터져 물혹이 생기는 성대 폴립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대결절과 폴립은 정상 성대로 되돌리는 수술을 한 뒤 음성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과 레이저를 이용해 결절이나 폴립을 제거하며 간혹 보톡스 주사를 쓰기도 한다.수술 후 목소리가 달라지거나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후두암은 남성이 여성보다 10배 정도,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0배 정도 많다. 초기에 목소리가 변하므로 40대 이상 흡연자가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계속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초기에 발견하면 레이저 치료 등으로 80∼90% 정도 완치가 가능하다.

▽잘못된 습관부터 고쳐야=큰 소리를 낼수록 성대의 개폐(開閉) 폭이 크고 부딪치는 힘이 커지기 때문에 무리가 가기 쉽다. 쉬지 않고 오래 말하는 것 역시 성대에 좋지 않다. 보통 말을 할 때 1초당 남자는 120여회, 여자는 200여회 정도 성대가 진동한다. 쉬지 않고 100초만 말해도 성대는 1만2000∼2만회 진동하게 된다.

목이 안 좋다면 콧노래는 금물이다. 고음을 낼 때 성대는 얇고 팽팽해지며 저음을 낼 때 두텁고 느슨해진다. 작게 흥얼거린다 해도 고음과 저음을 반복하면 성대 모양이 쉴 새 없이 바뀌어야 한다. 피곤할 수밖에 없다.

목이 아플 때 속삭이듯 말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속삭이는 소리를 내면 성대의 앞은 닫혀 있는 반면 뒤는 벌어지게 되며 이 곳을 통해 폐안에 있던 공기가 샌다. 보통 폐 안에 있던 공기가 성대를 거치면서 소리를 내는데 이렇게 되면 소리를 낼 ‘자원’이 없어지고 근육만 움직이는 꼴이 된다. 성대가 뒤틀릴 수 있다. 낮은 소리로 편하게 말하는 게 좋다.

무거운 물건 들기, 헛기침하기 등도 성대에는 좋지 않다. 갑자기 큰 힘을 주면서 물건을 들 때 충격이 고스란히 성대에 전해져 큰 자극을 받게 된다. 또 음성치료사들은 헛기침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게 낫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말을 천천히 하고 부드럽게 시작하며 입을 크게 벌리는 게 음성 치료의 기본이자 원칙이다.

먼저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집게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될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아∼’ ‘에∼’ ‘오∼’ ‘어∼’라고 소리를 낸다.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지면 이번에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도록 입을 벌리고 한 문장을 읽는 연습을 한다. 이 때는 껌을 질근질근 씹듯이 턱을 의도적으로 움직이며 말을 하도록 한다. 가령 ‘어머니’는 ‘엄멈니’ 기분이 나도록 발음을 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시작하는 게 좋다. 가령 ‘나는∼’이란 말을 할 때는 숨을 들이마시면서 ‘읍. 나는∼’이라고 하면 된다. 하품하는 기분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한숨을 쉬는 기분으로 숨을 내쉬면 목소리가 나오는 ‘성도(성대-인두-구강)’가 이완되면서 소리가 부드러워진다. 또 말을 거세게 하지 말고 부드럽게 시작하는 게 좋다.

평소 소리를 ‘아∼’하고 길게 내쉬는 것도 좋다. 남자는 25초, 여자는 20초 이상 지속할 수 있게 되면 문장을 끊어 읽는 연습을 하고 복식호흡도 배워둔다. 이렇게 하면 폐활량이 늘어나고 폐안의 공기가 늘 충분하게 준비돼 말을 할 때 성대에 무리가 적다.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면 마사지를 하도록 한다. 성대 주변을 양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듯이 주물러주며 특히 아픈 부분은 통증이 풀어질 때까지 오래 마사지 해 준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음성언어클리닉 표화영 치료사)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목건강 5계명▼

성대 및 후두질환은 평소 생활 습관이 무척 중요하다. 목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5계명을 소개한다.

① 응원, 연설 등 부득이하게 큰 소리를 낼 때에는 먼저 작은 소리로 목을 가다듬고 서서히 목소리를 키우도록 한다.

② 목이 좋지 않다 싶으면 따뜻한 물에 축인 수건으로 입 주변을 감싼 다음 숨을 깊이 들이마셔 목을 축축하게 한다.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 습도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③ 평소 하루 8잔 이상 물을 먹어 목을 축이며 탄산음료와 초콜릿은 목 안의 점도를 높여 건조하게 하므로 피한다.

④ 몸에 열이 있거나 몸살기운이 있으면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⑤ 탁한 공기가 많은 환경을 피하고 타인과의 접촉도 줄이도록 한다.

⑥ 양치질을 자주 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라.

○4 술은 성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담배는 목 점막의 염증을 유발하므로 피하도록 한다. 후두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⑧ 목이 잘 쉬는 사람은 가슴부위로 호흡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복식호흡을 하고 편안하게 말하도록 한다.

○5 식사는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하라. 기름진 음식은 위산을 후두 쪽으로 역류케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⑩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운동하지 말고 허리를 꽉 조이는 옷도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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