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 만들기 아줌마 모니터 요원 박정미씨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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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딸아이(13)의 e메일을 보고 기겁을 했어요. 딸의 친구에게서 온 메일이었는데 ‘채팅 중에 어떤 아저씨가 자꾸 만나자고 해서 귀찮아 죽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조교제, 음란사이트는 남의 얘기가 아니었어요.”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전문모니터링 요원으로 일하는 주부 박정미(朴靖媚·41·사진)씨의 체험담. 그는 하루에 7시간씩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음란성 대화가 오고가는 채팅방, 청소년의 출입이 허락된 음란사이트를 찾아내고 청보위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내는 보고서 분량이 책 1권에 가까울 정도. 또 지난달 31일 발족한 어머니 모니터링 요원 100명에 대한 교육도 맡고 있다.

2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전문요원으로 선발돼 올 2월부터 ‘건강한 인터넷’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박씨는 원래 인터넷이나 컴퓨터, 모니터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결혼해 두 딸(10, 13세)을 두고 있는 평범한 주부.

그는 “다만 어린이를 너무 좋아해 어린이에게 상처를 주는 인터넷을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사명감의 일종’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모니터링은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돼요. 오히려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열정이 더 중요합니다.”

박씨는 2년 전에도 정부기관에서 7개월간 모니터링 요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부모 모니터링 요원이 많지 않아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실제로 인터넷을 쓰는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이들이 방문하는 사이트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전하는 인터넷의 폐해는 심각하다. 유치원 때부터 e메일 계정을 갖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부모들은 그들에게 오는 스팸메일이 얼마나 음란한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는 것. 딸아이의 ID로 채팅방에 들어가면 ‘원조교제 제의’가 쏟아진다.

그래서 박씨는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편이 ‘하루종일 음란사이트만 들여다봐서 사람 버리겠다’고 핀잔을 주지만 이제는 그런 사진과 동영상을 봐도 아무런 감각이 없고 ‘쓰레기’라는 생각만 든다”며 활짝 웃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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