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셀레늄 癌막아준다”… 美서 각광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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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미국 뉴욕의 한 가게에서 젊은 커플이 셀레늄 영양제를 고르고 있다.뉴욕=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미국 뉴욕의 한 가게에서 젊은 커플이 셀레늄 영양제를 고르고 있다.뉴욕=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셀레늄(Selenium·원소 기호 Se).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물질이다. 셀레늄은 칼슘, 철분, 아연 등과 같은 무기질 성분. 많은 양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하루 일정량을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필수 영양소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 셀레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셀레늄이 전립샘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암 예방 물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를 비롯해 30여개 기관에서 셀레늄에 대한 크고 작은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

▽독성물질에서 필수영양소로=셀레늄은 1817년 스웨덴의 화학자 베르첼리우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을 따서 셀레늄이라고 지어졌다.

1950년대 이전만 해도 셀레늄은 독성원소로 분류됐다. 1935년 미국 서부 로키산맥 지대에서 방목했던 말과 소의 털과 발굽이 빠지는 ‘알칼리병’이 돌았는데 그 원인이 셀레늄 과잉 섭취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셀레늄이 영양소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계기는 1957년 NIH의 슈바르츠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때문. 슈바르츠 박사는 셀레늄이 함유된 사료를 먹인 쥐가 일반 사료를 먹인 쥐보다 간경화를 일으킬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학회에 보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78년 셀레늄을 필수영양소로 인정했고 1일 권장량을 50∼200μg(1μg은 0.001g)으로 설정했다.

▼셀레늄이 많이 든 자연식품 ▼브르쿨린.마늘.배추.양파.생선

셀레늄은 채소와 곡물, 육류, 생선, 낙농제품 등에 골고루 함유돼 있으며 브로콜리와 마늘, 배추 등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셀레늄은 몸에 흡수된 뒤 간과 근육에 각각 30%, 신장에 15%, 혈장에 10% 정도가 분산 저장된다.

셀레늄은 그러나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증독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가령 750μg 이상 섭취하면 머리와 치아가 빠지고 피로감이 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암을 예방한다?=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셀레늄을 암 예방물질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이 셀레늄이 함유된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매일 먹을 만큼 셀레늄의 인기는 높은 편이다. 실제 셀레늄이 함유된 각종 보조식품의 판매액은 2002년 현재 총 240여개 식품 중 30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 NIH 건강보조식품실 책임자인 폴 M 코테스 박사는 “셀레늄 보조식품의 경우 FDA의 승인을 이미 받아 거의 모든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암 예방 물질로서의 가능성을 처음 입증한 인물은 미국 애리조나대 래리 클라크 박사다. 그는 1996년 1312명을 대상으로 11년간 연구한 결과를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셀레늄 영양제를 매일 200μg씩 장기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률이 전립샘암은 63%, 직장암은 58%, 폐암은 4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에드워드 조바누치 박사는 181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혈중 셀레늄의 농도가 가장 높은 환자가 가장 낮은 환자에 비해 암 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될 위험이 30%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 NIH는 영국 등 유럽 5개국과 공동으로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셀레늄과 모든 암 예방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프레사이스(PRECISE)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내년 결과를 발표한다.

국립암연구소도 2001년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셀레늄과 전립샘암 및 폐암 예방의 상관관계를 재규명하기 위한 ‘셀렉트(SELEC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국은 셀레늄 결핍 국가?=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채취한 식물의 80%가 0.05ppm 이하의 셀레늄을 함유했을 경우 그 지역을 ‘셀레늄 결핍지역’으로 분류한다.

1983년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국내 셀레늄 분포지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토양이 0.24ppm 이하의 셀레늄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식물이 흡수하는 셀레늄의 양을 감안하면 국내의 50% 이상이 결핍지역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또 한 연구에서는 성인이 1일 섭취하는 셀레늄의 양이 43μg으로 WHO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2002년 상반기 한국식품과학회지에 실린 ‘국내 식품 원재료의 무기질 분포 연구’라는 논문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채소와 과일에 함유된 셀레늄의 양이 0.05ppm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셀레늄 결핍 국가다. 최근 북한에서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셀레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셀레늄효모알약, 셀레노아민, 셀레늄결명자차 등을 개발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안식 교수는 “토양이 갈수록 척박해지면서 토양에 함유된 셀레늄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식물의 셀레늄 함유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셀레늄을 넣은 인공사료를 토양에 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美국립암연구소 신디 데이비스 박사 “자연식품 많이 먹으면 암 예방… 김치도 좋아요”▼

“싱싱한 자연 식품을 다양하게 먹는 게 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셀레늄의 암 예방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신디 다이언 데이비스 박사는 셀레늄을 따로 복용하기보다는 자연식품에서 셀레늄을 얻는 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브로콜리와 배추, 마늘, 양파 등에 셀레늄이 특히 많이 들어있으며 이 중 브로콜리를 많이 먹을 것을 추천했다. 다른 채소와 곡물 등이 여러 번 화학작용을 일으켜야 항암효과가 있는 ‘메칠 셀레놀’로 변하는 것과 달리 브로콜리는 단 한번의 화학작용으로 메칠 셀레놀로 변한다는 것.

그는 “브로콜리를 하루에 150g씩 먹기만 해도 전립샘암 발생확률을 40%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의 김치도 좋은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셀레늄의 암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고 주장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한 결과 매일 셀레늄을 200μg 정도 먹으면 각종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비스 박사는 셀레늄을 따로 영양제나 약 형태로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 역시 별도로 셀레늄을 먹지 않고 있다”며 셀레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채소를 5개 이상 꾸준히 식단에 넣어 먹기를 추천했다.

암 치료제로 셀레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데이비스 박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 기관에서 셀레늄을 이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실험 단계에 불과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암 치료 효과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결과가 나오고 FDA의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치료제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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