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 성공학]이중인격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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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기업 홍보실에서 일하는 한모 팀장. 부서의 리더로서 그에겐 한 가지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었다. 부하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드러내놓고 하는 이중적인 처신 때문이었다.

그는 흔히 말하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타입이었다. 가벼운 예로, 그는 식당 종업원에게 예사로 거친 말투를 쓰곤 했다. 반말을 하는 건 기본이고 조금만 자기 맘에 안들면 큰소리로 야단을 치곤 했다. 함께 밥 먹으러 간 사람들 기분까지 불편하게 만들 정도였다. 한두 번씩 그걸 겪어본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면 자기들끼리 잽싸게 빠져나가기 바빴다.

하청업체 직원들한테도 그는 오만하게 굴었다. 홍보물을 만들어 오는 편집 기획실이나 인쇄소 사람들에게 자기 맘에 안 들면 언제라도 ‘칼같이 잘라 버릴 것’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홍보실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면 “그 작자가 그런 말 할 때마다 내 얼굴이 더 뜨거워진다”며 민망해 하곤 했다.

반면 윗사람에 대한 그의 아부는 가히 타고난 수준이라는 게 그들의 중론이었다. 어쩌다 임원이 보이면 그 정중함과 깍듯함이란 마치 무슨 왕을 섬기기라도 하는 분위기였다. 그때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언젠가 그의 시중(?)을 받으며 함께 저녁식사를 한 임원 한 사람이 “태어나서 그런 왕 같은 대접은 처음 받아봤다”고 했대서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그런 형편이니 부하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을래야 얻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처신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흔히 이중적이라고 욕을 먹지만, 사실은 자기도취적인 면이 강하고, 그런 만큼 내면은 취약한 타입인 경우가 많다. 그 심리는 열등감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자기도취적인 사람들은 허영심이 강하고 자신의 많은 부분을 외적인 걸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 팀장의 경우처럼, 식당 종업원들에겐 거침없이 반말하고 함부로 대하면서 권력있는(특히 자신의 신분을 격상시켜 준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윗사람에겐 과장된 존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한 사람에겐 약하고 약한 사람에겐 강하다는 건 결국 자신의 내면이 취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 이상의 무엇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상대방이 누구이든(그가 사회적 약자든 강자든 상관없이) 자신의 품위와 가치관을 잃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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