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승진이 싫다?

  • 입력 2003년 2월 1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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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정기 승진 인사를 앞두고 김 과장은 딜레마에 빠졌다. 승진이 된다면 무엇보다 아내가 좋아할 테고, 연봉도 오르니 돈걱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장남인 그는 따로 사시는 부모님의 생활비 전부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승진을 바라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는 기술팀에서 비교적 창의적으로 일해 왔다. 그러나 승진이 되면 주로 부하직원들을 통솔하고 업무를 관리하는 리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는 그 일에 자신이 없었다. 혼자서 기술적인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은 밤을 새우면서도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관계를 맺는 일에 그는 몹시 서툴렀다.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집중력이 강한 그는 한번 책상 앞에 앉으면 좀체 일어날 줄 몰랐다. 덕분에 성적은 뛰어났지만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활기찬 학교생활을 보낸 기억은 없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불만을 느끼지도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맡은 일에서는 언제나 두각을 나타냈으므로 임원들의 눈에 띄었고 남들보다 일찍 승진 기회를 얻곤 했다. 하지만 한 부서의 부서장이 된다는 건 좀 다른 얘기였다.

“맡은 일만 잘 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지금 부장은 곧 임원이 될 거란 소문이 파다한데, 대단한 사람이거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요. 통솔력도 있어서 아랫사람들이 잘 따르는 데다 윗사람들과도 정치적인 타협이랄까, 그런 데 능하죠. 전 그렇게 하고 싶어도 성격상 안 맞아서 도저히 안 되는 타입이죠.” 그의 말이었다.

“전 혼자 조용히 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승진이 싫다고 했다간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겠죠.”

그가 딜레마에 빠진 이유를 알 만했다. 재능과 소명에 따를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 지위나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할 것이냐로 고민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대개는 현실에 떠밀려 자기 재능이나 소명과는 무관한 일에 매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과중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건강에 이상신호가 오거나 하면 비로소 자기 처지를 돌아보고 한탄에 빠지는 것이다.

재능과 소명이냐, 안정적 현실이냐 하는 문제는 분명 개인적 결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언제라도 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야”(잭 웰치) 하지 않을까. 물론 그는 기업경영에 관해서 말한 것이지만 그런 결단은 개인적 인생에도 때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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