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빨간불…유흥업소 밀집 서울 강남구 화재만 작년427건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13분


코멘트
서울 강남구에 살거나 이곳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자정이 되기 전 화재 단속을 다시 한번 하는 게 좋겠다. 강남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화재가 많았던 지역. 모두 427건으로 하루에 1.16건꼴로 불이 났다. 소방방재본부는 “유흥업소와 상가가 밀집해 있어 화재가 잦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서울 전체를 따져봤을 때 가장 불이 많이 난 시간대는 자정부터 오전 2시 사이. 지난해 발생한 6017건의 화재 가운데 11.1%인 667건이 이 시간대에 집중됐다.

● 일요일 자정∼오전 2시, 불 조심

통계 수치로 미래의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사고가 집중하는 시기에 각별히 조심하는 태도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통계 자료가 상대적으로 충실한 서울의 경우를 따져 봤다.

서울 시민들은 토, 일요일에 특히 화재를 조심해야 한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2002년에만 유독 수요일에 화재가 많았을 뿐 매년 주중보다 주말, 휴일의 화재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토, 일요일의 화재 건수는 전체 화재의 30%를 차지했다.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긴 힘들다. 하지만 △가정에서 전기 사용이 많아 누전, 합선 등이 많이 발생하거나 △외출 중 불이 나 초기에 끄지 못하는 등의 이유일 것으로 소방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자정∼오전 2시의 화재는 오전 6∼8시대의 화재 325건의 두 배를 넘는다. 화재가 빈발한 시간대와 요일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경향. 화재사고 통계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체 화재 건수는 줄었는데 유독 방화가 원인인 화재는 늘고 있다는 점. 지난해 전국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는 2778건으로 2001년에 비해 2.5% 늘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화재가 많았던 날을 분석해 보면 ‘나름의 이유’가 나타난다. 30건이 발생한 4월 24일은 전날에 비해 기온이 6.5도 떨어졌다. 풍속은 월평균 풍속인 초속 2.3m보다 센 초속 4.1m였다. 습도는 44.1%. 28건이 발생한 1월 2일은 전날보다 기온이 5.1도 더 떨어졌고 풍속은 초속 4.1m(월평균 초속 2.3m), 습도는 45.0%였다.

즉 불이 많이 난 날은 △기온이 전날에 비해 5도 이상 크게 떨어지고 △풍속은 월평균보다 강했으며 △습도는 50% 이하였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토요일에는 운전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교통안전관리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토요일에 발생한 사고는 전국적으로 연평균 4만1209건. 다른 요일의 연평균 사고 건수는 3만6000건 안팎이다. 긴장을 풀고 퇴근길에 오른 오후 6∼ 8시는 ‘마(魔)의 시간대’다. 이 시간대 사고가 연평균 3만2525건으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사고 빈도가 높은 요일, 시간대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사고가 일어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치명적 사고가 나는 곳은 따로 있다

서울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가장 걱정해야 하는 곳은 강남구가 아니다. 소방방재본부가 2001년에 일어난 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화재의 경우 발생 건수는 강남구가 가장 많았지만 화재에서 구해낸 인원은 송파구가 가장 많았다. 본부측은 “송파구엔 유동 인구가 많은 유흥업소나 상가가 적은 대신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단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역시 단순 수치로는 강남구가 제일 많았다. 하지만 인명 구조를 위해 119구조대가 출동한 사례는 서초구가 가장 많았다. 강남구에서는 차 사고가 날 우려는 높지만 접촉사고 정도로 그치는 반면 간선도로가 많이 연결된 서초구에선 대형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에서 실족하거나 추락하는 산악 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2001년 관악산에서 발생한 사고가 84건으로 북한산(68건)에서 발생한 사고보다 많았다. 그러나 구조된 인원은 북한산이 많았다. 북한산의 산세가 관악산보다 험해 동반자가 한꺼번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승강기 사고는 사무실이 집중돼 있는 강남구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노원구에서 많이 발생했다. 2001년의 경우 승강기 안에 갇히거나 승강기가 추락하는 등의 사고는 강남구 131건, 노원구 99건이었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 사고에 취약한지 염두에 두고 늘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면 불의의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본부가 지난해 발생한 사고를 집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화재는 하루 평균 90.3건이 발생했다. 사흘에 한번꼴로 건물이 붕괴됐고, 열흘에 한번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기가 고장나 119 구조대가 출동한 것은 하루 평균 5번가량. 교통안전관리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2001년 전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모두 26만579건. 하루 평균 714건이다.

고층화, 조밀화된 도시에서는 단순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각종 사고 위험에 당신은 과연 안전한가.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