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문화 학회' 출범…초대회장에 차봉희 교수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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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희 교수 -전영한기자
차봉희 교수 -전영한기자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것입니다. 현대는 영상 문화가 문자 문화를 압도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외면하고 ‘텍스트’ 중심의 연구만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론’을 타개하려는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21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학술진흥재단 강당에서 ‘미디어 문화학회’가 발기대회를 갖는 것도 이런 인문학계의 행보 중 하나다. 미디어 문화학회는 대중, 다중매체 시대에 미디어를 통해 나타난 문학과 미학, 예술 등의 현상을 연구하는 학회. 문자 중심의 인문학 연구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미디어 문화학을 본격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는 1990년대 초 독일에서 시작됐다. 미디어 문화학회 창립은 ‘수용미학(1985)’ ‘비판미학(1990)’ 등의 저서를 통해 독일어권의 문학과 미학 동향을 소개해온 차봉희 한신대 독문학과 교수(62)가 주도했다. 첫 학회장을 맡는 그는 서울대 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튀빙겐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4년 전 저를 비롯한 문학, 어학자들이 ‘문학과 미디어’ 등을 주제로 연구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2년 전에 제가 독일 ‘미디어학’ 학회에 가입했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미디어학, 또는 미디어 문화학을 연구하는 학회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디어 문화학회에 인문학자들만 모인 것은 아니다. 어문학 중심의 연구 모임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신문방송학과 연극 영화학 등을 아우르는 40여명의 학자들이 창립 멤버로 나섰다.

차 교수는 “현대의 문화 현상은 멀티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과의 복합 관계를 고찰해야 한다”며 “미디어 문화학회의 창립은 인문학 영역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학문적,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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