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메디컬]명상땐 '기분저울축' 기쁨으로 기운다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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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명상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명상은 면역을 증강시키고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이 명상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명상은 면역을 증강시키고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명상(瞑想)에 대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명상이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린다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달에는 한 천재적인 의학자가 뇌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서 명상을 하면 어떻게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동양이라는 토양에 서양이라는 씨가 뿌려져 얻게된 연구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

2000년 3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의 정치,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정신의학자, 신경과학자들이 만나서 ‘사람은 어떻게 나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위스콘신대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 박사는 현대 과학과 고대 지혜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그는 최근 ‘기능 자기공명영상촬영(f-MRI)’과 첨단 뇌파기 분석을 통해 뇌 특정 영역의 변화가 기분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수치화한 의학자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f-MRI의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때 이마엽(전두엽)의 오른쪽과 뇌에서 감정을 주관하는 가장자리계(변연계)의 편도핵 주변이 활성화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이마엽 오른쪽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민감해지는 현상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분이 좋아질 때 이들 두 곳은 조용해지고 이마엽의 왼쪽이 활발히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또 뇌 좌우 이마엽의 활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교해서 기분의 좋고 나쁨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했다. 이러한 척도의 저울이 오른쪽으로 기울수록 기분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반면, 왼쪽으로 기울수록 더 행복하고 기쁘다.

‘기분 저울’의 중심 축이 사람마다 일정하다는 것도 새로 밝혀낸 사실. 복권에 당첨돼 기쁜 사람이나 사고로 슬픔에 빠진 사람은 모두 특별한 계기가 생기기 전에는 축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티베트의 라마승에게 이 척도를 적용했는데 그 고승은 그때까지 측정한 175명 중 가장 왼쪽에 축이 있었다.

그는 인도에서 과학자들과 달라이 라마가 만난 자리에서 이 사실을 보고했는데 이는 또 다른 질문을 낳았다.

이것은 라마승만의 특징인가, 라마승의 성격이 기독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의 성직자와 같은가, 영구적으로 행복을 느끼도록 ‘기분 저울’의 축을 고정화할 수는 없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이런 혜택을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것인가 등등.

특히 달라이 라마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는데 데이비드슨 박사는 매사추세츠 의대의 존 카뱃진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가설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카뱃진 박사는 생명공학 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두 달 동안 매주 3시간씩 ‘집중 명상’을 가르쳤다. 데이비드슨 박사가 이들의 ‘기분 저울’의 축을 측정했더니 명상을 배우기 전에 오른쪽에 있던 것이 점점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낙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짧게 말해서 사람은 훈련에 따라 기분 저울의 축을 옮길 수 있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명상이 왼쪽 이마엽의 신경세포들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 신경세포들은 가장자리계 편도핵이 기분 나쁜 감정을 주관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상을 하면 면역 시스템도 강화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들은 실험 대상자를 명상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 다음 두 그룹의 사람 모두에게 독감 항체를 넣고 반응을 조사했다. 이 결과 집중 명상을 배운 사람은 증세가 약했다. 기분저울의 축이 왼쪽에 있을수록 면역계가 더 튼튼해지는 것이었다.

최근 서양 과학자들은 달라이 라마의 도움을 받아 몇 명의 라마 고승을 연구하고 있다. 이 고승들은 모두 3년 이상 칩거에 들어갔던 승려들이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립대 폴 에크먼 교수는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신호를 포착해서 사람의 기분을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얼굴의 움직임은 12분의 1초마다 한 번씩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판사 경찰관 심리치료사 조차 알아내기 힘들다.

그런데 2명의 티베트 명상가들을 실험실에서 보내 실험했더니 6번 중 3, 4개의 얼굴 움직임을 포착했다. 또 불교명상을 가르치는 미국인은 6번 모두를 맞혔다. 보통 사람은 1개를 맞히는 정도다.

에크먼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조절하고 대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돕기 위해 현대 심리학과 불교 명상법의 장점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의 마음, 뇌, 행동 연구소와 비영리 연구재단인 ‘마음과 삶 기구’는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이 참가하는 일련의 모임을 개최한다. 올해에는 9월 13, 14일 매사추세츠에서 회의가 열린다. 일반인도 방청이 가능하지만 절반은 학자와 대학원생용으로 예약돼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www.InvestigatingTheMind.org)를 통해 얻을 수 있다.(www.nytimes.com/2003/02/04/health/psychology/04ESSA.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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