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메디컬]저지방 음식 심장병 예방 효과있나

  • 입력 2002년 12월 8일 17시 39분


한 호텔 채식 부페에서 손님들이 채식 요리를 고르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호텔 채식 부페에서 손님들이 채식 요리를 고르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전문의들은 미국에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으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권고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

이 권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가공한 곡물이 안전하다고 여기게 했다는 것이다. 설탕과 밀가루 등 가공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주로 먹으면 혈중 지질(脂質)이 많아지고 비만, 당뇨병, 심장동맥질환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아직 논란 중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저지방식이 적어도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크, 버터, 계란 등을 안먹으면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왔지만 심장이 건강한 사람은 이런 ‘금기’를 지킨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몸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을 가까이 했다. 채소, 과일, 현미, 견과류(堅果類), 불포화 식물기름, 물고기, 콩과 생선에서 추출한 기름을 골고루 먹었던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 연구팀이 수십 년 동안 수만명의 생활습관과 건강의 관계를 밝혀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전의 권고는 저지방식이 혈액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줄이고 동맥에서 피가 엉기는 것을 예방한다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그러나 혈중 LDL만이 심장동맥질환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기존의 가설은 심장병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심장병에는 동맥을 보호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중성지방, 호모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 중성지방, 혈관의 피떡, 동맥벽의 탄력성, 혈압, 혈당 등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지방의 경우 모든 지방이 나쁜 것이 아니라 종류가 문제다. 육류와 치즈 버터 등에 많고 인체에서 분해가 잘 안 되는 포화지방은 LDL의 양을 높이기 때문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전이(轉移)지방이라는 특수한 지방은 더 해롭다. 이는 식물기름이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만드는 과정에서 굳어서 생기는데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제조에 널리 쓰인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살 때에는 성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전이지방이 적은 마가린을 구입해야 한다.

전이지방도 적은 양이라도 LDL을 증가시키고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전이지방은 또 동맥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인슐린의 기능을 저하시켜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방 섭취를 줄이고 정제된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것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 경우 혈액 속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고 HDL과 LDL의 양은 함께 떨어뜨리므로 심장동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 특히 인슐린의 기능이 이미 떨어진 사람은 당과 전분이 쉽게 흡수돼 혈당이 쉽게 올라간다.

이에 반해 파스타, 오트밀, 가공하지 않은 곡물 등은 천천히 흡수돼 혈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포화지방이나 전이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면 LDL은 줄어들고 HDL은 많아진다. 특히 아주 잘 분해되는 ‘고도불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지고 당뇨병 가능성은 뚝 떨어진다.

불포화지방은 올리브, 카놀라, 견과류(특히 호두), 아보카도, 콩, 옥수수 등에 많다.

심장에 가장 좋은 지방은 ‘오메가3 지방산’이다. 생선과 아마인, 쇠비름, 호두, 카놀라 등의 식물, 콩기름, 생선유 등에 많다.

매주 두 번만 주식(主食)으로 생선을 먹는다면 심장병 위험을 뚝 떨어뜨릴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부정맥의 위험과 혈관 내 피떡이 생길 가능성을 줄이고 동맥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혈중 중성지방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가공하지 않은 귀리, 보리 등에 풍부한 섬유소와 잎이 검푸른 채소에 풍부한 엽산도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좋다.

결론적으로 심장병을 결정적으로 예방하는 유일한 식품은 없다. 과일, 채소, 콩류, 가공하지 않은 곡물, 닭고기류, 생선 등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붉은색 고기나 가공 육류, 과자, 디저트음식, 튀긴 감자, 계란 프라이, 백미(白米) 등은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

물론 식이요법만으로 심장병을 예방할 수는 없다. 체중 유지와 규칙적 운동, 절주, 금연이 필수적이다. 이런 건강한 생활로 심장병의 74%를 예방할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열량의 30% 이상을 지방으로 섭취하면 안된다는 기존의 이론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지방에는 좋은 지방도 있다. 또 장기적 임상 시험에서 지방 섭취 비율의 감소가 곧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종류에 관계없이 열량을 많이 섭취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www.nytimes.com/2002/12/03/health/nutrition/03BROD.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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