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前美대사 "리더는 지식보다 사람 이해가 중요"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7시 59분


“진정한 리더는 권력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74·미국 에모리대 명예총장·사진)가 13일 서울 연세대에서 ‘리더십의 도적적 기초’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연세리더십센터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연세대 교수와 학생 등 200여명이 경청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리더의 조건으로 실력(competence) 인격(character) 신념(commitment) 등 3가지를 꼽았다.

실력은 맡은 바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 그러나 레이니 전 대사는 “전문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이라며 “사람들이 어떤 결정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또 사람들을 어떻게 이 결정에 따르게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미 카터는 토머스 제퍼슨 이후 가장 지적인 대통령으로 꼽히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백악관에서 우왕좌왕했던 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지식면에서는 2급에 불과했으나 국민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전공분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기를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인격에 대해 정직성이나 솔직함 등 개인적 도덕성으로 정의하는데서 한걸음 나아가 “자기 권력의 힘을 인식하고 그 힘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 즉 ‘마음 속에 내재한 권력제어장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은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역사상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능했지만 권력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그의 결함은 빌 클린턴의 비정직성과 같은 개인적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자의 태도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신념은 비전과 고귀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에이브러엄 링컨은 남북전쟁의 전장에서 군인들에게 ‘우리가 이기지 않으면 죽는다’고 호소하는 대신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승리를 이끌어 냈다”며 “리더는 관리행정능력이나 정치능력 외에 교육자의 능력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실력은 있는데 인격이나 신념이 없는 대통령 후보’와 ‘실력은 별로인데 좋은 인격과 신념을 가진 대통령 후보’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인격이나 신념은 일단 실력을 갖춘 다음의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한 것”이라며 “운전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레이니 대사는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이 학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땄다. 감리교 목사로서 59∼64년 연세대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강의했으며 미국 에모리대 총장(77∼93년)과 주한 미국대사(93∼97년)를 지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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