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산책]<16>미술품의 값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6분


“무슨 그림 값이 몇억씩이나 해! 너무 비싼거 아냐?”

경매회사 대표로 있으면서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가 7억원에 낙찰되고, 박수근의 그림이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많이 듣는 얘기다.

특히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외국여행도 자주하는 분들이 이런 말을 해 필자를 화나게 한다. 다음은 필자가 자주 당하는 경험이다.

“어이 김사장! 지난번에 유럽 출장 가서 좋은 그림 사왔는데 볼테야?”

“예. 그러죠.”

큼지막한 이발소 그림을 어울리지도 않는 초호화 액자에 담아 거실 벽에 모셔 놓았다.

“기가 막히지? 이렇게 좋은 그림이 500달러 밖에 안 해. 우리나라 그림 값, 너무 비싼 거 아냐? 몇억이 뭐야 몇억이! 말도 안돼.”

이런 분들이 그림을 샀다고 하는 장소는 대개 중국이나 하와이 아니면 유럽이나 동남아 어느 도시의 뒷골목이다. 자신의 출중한(?) 안목으로 뒷골목에서 산 그림과 우리나라 대가들의 그림을 비교하는 것이다. 필자는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에서가장 잘 나가는 화랑에 들른다. 좋은 그림이 많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업의식 반 호기심 반에서 습관적으로 가격을 묻는다.

대개 작가들의 작품 값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과 소득수준에 비례한다. 그리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값은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비싸다. 그 그림에는 그 나라 국민의 혼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작가의 작품 값이 비싼 건 주지의 사실이고 인도네시아 대표작가의 작품 값이 한 점에 미화 100만달러를 넘어선지도 오래다.

필자는 은행 재직 시 싱가포르에 근무하면서 미얀마 사무소장을 겸한 적이 있다. 미얀마 출장을 갈 때면 예외 없이 짬을 내어 화랑에 들렀는데, 젊은 작가들의 수채화 작품이 한 점에 미화 1000달러 전후로 한국 대가들의 수채화와 맞먹는데 놀라곤 했다. 미얀마는 대표적인 저소득 국가로 괜찮은 월급쟁이의 월급이 미화 40∼50달러에 불과하다. 그래도 화랑주인이나 어느 누구도 작품 값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국민소득은 낮지만 문화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는 세계 4강 신화를 만들어 냈고, 질서정연하고 창의적인 응원문화는 세계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한국미술,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언제나 회복하려는가?

서울옥션 대표 soonung@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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