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평전 ‘발견자 피카소’ 낸 소설가 김원일씨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00분


소설가 김원일씨(60·사진)는 언젠가 “문학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화가가 돼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 김씨의 눈에 피카소가 잡혔다. 최근 출간된 평전‘발견자 피카소’(동방미디어)에는 ‘김원일 스타일’로 그려낸 피카소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5일 서울 양재동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외국에서 구입해 온, 여러 권의 피카소 화집에 묻혀 있었다. 30대 중반의 삶에서 일단락지은 ‘발견자…’의 후편을 집필 중이기 때문.

-피카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실험정신이지요. 나는 실험적인 소설을 써보고 싶었지만, 가족사와 분단으로 인해 사실주의 소설을 주로 쓸 수 밖에 없었지요. ”

-최근 피카소의 손녀, 이발사 등이 저술한 몇몇 책들이 나와 그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피카소는 어떤 인물입니까.

“피카소는 모든 것을 자신의 그림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자녀, 여자, 친구 등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인물입니다. 토마스 만이나 리스트처럼 가정에도 모범적이고 예술적으로도 뛰어나면 물론 좋겠지만, 위대한 성취 뒤에는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특유의 창의력으로 그림에 매진했었던 그 열정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10대 후반, 김씨는 어디서 묻어 왔는지 알 수 없는 조악한 그림 한 장을 손에 넣었다. 피카소의 ‘앉아 있는 어릿광대’(1923)였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 젊고 아름다운 어릿광대는 “결손가정의 장남으로 예술가의 꿈을 키우던” 그를 파고 들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어려운 집안 형편에 ‘사치스러운’ 화구를 살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글로서 미술에 다가섰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형식으로 재구성된 피카소의 삶 한 켠에 김씨의 문학적인 삶 한 자락이 공존하고 있다. 이 두 예술가의 조우는 ‘필연’이 잠복된 ‘우연’이 아닐까.

이제 김씨는 뒤늦게나마 미술작업에 뛰어들 생각이다. 내년쯤에는 ‘이상(李箱)과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팝아트’ 작품을 직접 시도하려고 한다. 그는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이상의 이미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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