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양재동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외국에서 구입해 온, 여러 권의 피카소 화집에 묻혀 있었다. 30대 중반의 삶에서 일단락지은 ‘발견자…’의 후편을 집필 중이기 때문.
-피카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실험정신이지요. 나는 실험적인 소설을 써보고 싶었지만, 가족사와 분단으로 인해 사실주의 소설을 주로 쓸 수 밖에 없었지요. ”
-최근 피카소의 손녀, 이발사 등이 저술한 몇몇 책들이 나와 그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피카소는 어떤 인물입니까.
“피카소는 모든 것을 자신의 그림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자녀, 여자, 친구 등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인물입니다. 토마스 만이나 리스트처럼 가정에도 모범적이고 예술적으로도 뛰어나면 물론 좋겠지만, 위대한 성취 뒤에는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특유의 창의력으로 그림에 매진했었던 그 열정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10대 후반, 김씨는 어디서 묻어 왔는지 알 수 없는 조악한 그림 한 장을 손에 넣었다. 피카소의 ‘앉아 있는 어릿광대’(1923)였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 젊고 아름다운 어릿광대는 “결손가정의 장남으로 예술가의 꿈을 키우던” 그를 파고 들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어려운 집안 형편에 ‘사치스러운’ 화구를 살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글로서 미술에 다가섰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형식으로 재구성된 피카소의 삶 한 켠에 김씨의 문학적인 삶 한 자락이 공존하고 있다. 이 두 예술가의 조우는 ‘필연’이 잠복된 ‘우연’이 아닐까.
이제 김씨는 뒤늦게나마 미술작업에 뛰어들 생각이다. 내년쯤에는 ‘이상(李箱)과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팝아트’ 작품을 직접 시도하려고 한다. 그는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이상의 이미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