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Y&Kei´ 강진영-윤한희부부 ´뉴욕진출기´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6시 34분


여성복 브랜드 ‘Y&Kei’로 뉴욕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강진영(왼쪽) 윤한희 사장 부부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옷 앞에 서 있다./신석교 기자
여성복 브랜드 ‘Y&Kei’로 뉴욕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강진영(왼쪽) 윤한희 사장 부부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옷 앞에 서 있다./신석교 기자
2003년 봄, 여름을 위한 뉴욕컬렉션이 진행되던 9월18일 오후 3시. 한국 디자이너 강진영(39) 윤한희(39) 부부의 브랜드 ‘Y&Kei’의 패션쇼장인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그릴에서는 쇼 개막 예정 시간 수십여분이 지나도록 웅성거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서서 보는 자리도 꽉 찼어요. 더 이상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까치발을 하고 서서 무대를 기웃거리는 관객들의 성황 속에 쇼는 시작됐다.

‘Y&Kei’. 국내 여성복 브랜드인 ‘오브제’와 ‘오즈세컨’의 사장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윤씨와 강씨 부부의 성(姓)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뉴욕 현지 브랜드 이름이다. 쇼를 마친 뒤 귀국한 두 사람을 만났다.

“사실상 첫 패션쇼였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첫 쇼는 9·11테러 때문에 무산돼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치했고 두 번째도 테러 여파로 위축된 분위기를 떨쳐낼 수 없었거든요.”

‘흥행’이 잘 된만큼 실속도 있었는지를 물었다.

“바니스, 니먼 마커스, 헨리 앤드 벤델, 노드스트롬 등 미국 굴지 백화점의 시니어급 바이어들이 따로 쇼룸을 방문했고 그 중 일부와는 입점을 논의하고 있어요.”

쇼가 끝난 직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각종 편집 매장에서 주문한 것만도 도매가 기준 100만달러어치(약 12억원)에 이른다. 얼마 전에는 뉴욕타임스의 스타일섹션 담당 커시 바움 기자가 직접 찾아와 “이번 뉴욕컬렉션에서 당신들의 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할리 베리, 제니퍼 애니스턴 등의 스타일리스트인 필립 블록은 톱스타들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할 때 입을 드레스 10벌을 주문하기도 했다.

‘Y&Kei’의 이번 뉴욕컬렉션 주제는 ‘혼(混)’이었다. 스웨이드, 실크, 데님, 자개 단추, 시폰 등 다양한 소재를 섞어 의상에 접목한 레이어드 및 믹스&매치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전에 해외쇼에 진출했던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풍 국내 디자이너들과 달리 대중적인 브랜드 디자이너 출신인 자신들의 특징을 살려 옷의 실용성에 초점을 두었다.

“한 쇼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다보니 통일된 컨셉트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국내 패션계 일각의 평가를 전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반론을 폈다.

“파리가 아닌 뉴욕에 진출한 이유는 제대로 된 ‘장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사를 하자면 어느 하나의 컨셉트만 밀고 나가기보다는 일단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또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은 1년 전 뉴욕 소호거리 프린스 스트리트에 ‘Y&Kei’ 단독매장을 열어 이미 ‘시장의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

“뉴욕은 강자(强者)만이 살아남는, 강자를 위한 도시라는 생각을 절실히 했습니다. 이미지, 품질, 고객수준 등 모든 것이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 일류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은 뉴욕컬렉션 진출 과정부터 ‘외곽공격’ 보다는 ‘정공법’을 썼다. 국내외 ‘한국인 인맥’에 매달리지 않고 뉴욕컬렉션 디렉터인 펀 멜리스를 따라다니며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소개했고 친분을 쌓았다. 홍보 담당으로는 대행료는 비싸지만 뉴욕 패션계 내에 인맥이 넓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피아제 등의 ‘명품’ 홍보대행사로 이미지가 굳은 ‘피플스 레벌루션’을 선택했다. 미국 현지 법인의 미국인 직원과 한국계 직원의 비율도 1 대 1로 맞췄다.

‘현지화 전략’의 성공인지 유명 연예인 가운데 이미 단골도 생겼다.

“골디 혼의 딸이며 미국판 ‘보그’ 9월판 표지모델이었던 케이트 허드슨, 검정색 모피를 좋아하는 가수 셰어가 자주 찾아옵니다. 5월에는 신세대 가수 앨리샤 키스가 ABC방송국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에서 1시간 동안 ‘Y&Kei’ 옷을 입고 노래했죠.”

이들이 뉴요커들의 ‘입맛’을 당긴 이유는 현재 뉴욕의 패션 트렌드와 이들의 디자인이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Y&Kei’의 쇼를 취재한 패션잡지 ‘인 스타일’의 기자는 “뉴욕에서는 미니멀리즘이 쇠퇴하는 대신 디테일이 복잡하고 섬세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뉴요커들은 여전히 실용적인 옷을 좋아한다. ‘Y&Kei’의 옷은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킨 ‘스트리트 엘레강스룩’이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뉴욕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서로’를 꼽았다.

“결혼 16년차라고 하면 뉴요커들은 ‘한 남자하고만?’이라면서 외계인 보듯 쳐다봐요.”

“미국 패션계에서 남자는 게이가 아니면 주류에 편입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대학 동기(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82학번)인 두 사람은 여전히 소꿉친구처럼 장난치며 함께 일한다. 이들은 ‘패션업계의 테헤란 밸리’로 불리는 신사동 가로수 거리의 작은 가게로 출발해 브랜드 출범 9년(오브제)과 6년(오즈세컨)만에 연 매출액 1000억원(2002년말 추산)에 달하는 대형 업체로 성장시켰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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