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젊은이들 ˝목표는 무병장수 아닌 ‘계속 젊은’ 상태˝

  • 입력 2002년 8월 29일 14시 34분


'포터블 비타민' 족의 특징은 젊다는 것. 지난 10년동안 40,50대의 비타민 섭취는 줄어든 데 비해 20,30대는 오히려 증가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포터블 비타민' 족의 특징은 젊다는 것. 지난 10년동안 40,50대의 비타민 섭취는 줄어든 데 비해 20,30대는 오히려 증가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아침은 한식으로 꼭 챙겨 먹는다. 계절마다 보약을 지어 먹는다. 해외 출장 때마다 로열 젤리를 잊지 않고 사다 먹는다….

중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은 돌도 삼키면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20, 30대 젊은이들 일부가 건강을 염려해 그려내는 일상이다.

병약하거나 소심해진 탓은 아니다. 피트니스센터의 트레드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만들던 젊은이들이 한걸음 더 나아가 몸에 좋다는 것들을 살뜰이 삼키는 것일 뿐이다.

서류 가방이나 핸드백 속에 비타민을 넣어 다니는 젊은이들의 목표는 ‘무병장수’가 아니다. 몸 상태를 ‘젊고 건강한 상태’에 묶어 두고 싶은 것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한국 보보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기 위해 ‘30대의 대졸 이상이며 연간 가계수입 1억원 이상인 전문직 종사자’ 16명의 가족을 심층 인터뷰했다.

조사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인터뷰 대상자들의 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비타민등 영양제들. 각종 비타민 로열젤리 알로에 DHEA와 달인 한약이 담긴 레토르트 봉지들이 조사대상자 가정마다 냉장고 수납칸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는 대홍기획이 92년부터 매년 전국의 10대이상 50대까지 4000∼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한국인의 가치관과 소비행동 트렌드’ 조사결과와도 맥이 닿는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01년의 경우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는다’고 답한 비율이 20대는 21.2%, 30대는 25.8%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 93년에는 20대가 16%, 30대는 22.2%가 “그렇다”고 답했다. 8년 동안 영양제를 먹는 20대와 30대의 비율이 각각 5.2%와 3.6%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같은 시기를 비교했을 때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는다’고 답한 40대와 50대의 비율은 93년에는 각각 33.8%와 41.1%였지만 2001년에는 29.9%와 40.9%로 줄었다.

비타민을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피부학회는 2000년 3월 연례회의에서 “최근 9년간 비타민이 첨가된 화장품의 종류와 양은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화 방지, 잔주름 예방 및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항산화 기능을 하는 비타민 A, C, E가 화장품 첨가제로 각광받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다.

최근들어 그 흐름은 역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장발의 도움이 필요없을 정도로 투명한 피부를 만들기 위해 여성들은 피부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미용식품’이라 불리는 이런 대체식품을 미국과 일본의 화장품 제조 회사들이 앞장서서 개발, 판매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아베다는 ‘인텔리전트 뉴트리언츠(Intelligent Nutrients)’란 건강 보조식품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일본의 시세이도도 다이어트식품 미백식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을 판매한다. 화장품 전문 업체 태평양은 7월 비타민 칼슘 등이 함유된 건강 보조식품 브랜드 ‘V〓B 프로그램’을 출시했다.‘V’는‘활기(vitality)’, ‘B’는 ‘아름다움(beauty)’의 머릿 글자. 화장으로 얼굴 위의 세월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몸상태를 젊게 만드는 화장을 하자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보보스라는 유행어를 만든 미국의 언론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저서 ‘보보스: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에서 보보스의 소비 행태중 하나로 유기농 야채의 선호를 언급했다. 보보스들은 슈퍼마켓에 들러 ‘금일 유기 농산물 130품목’ 등이 적힌 커다란 표지판부터 살피며 슈퍼마켓의 성실성을 가늠한다는 것. 보보스들이 즐겨 찾는 ‘홀푸즈(wholefoods. ‘자연식품’이라는 뜻)’ 등의 이른바 건강식품 전문 슈퍼마켓에 가면 유기농산물 뿐만 아니라 쌀과 콩을 원료로 한 대체 우유, 불포화지방산으로 만들어진 대체 식용유, 각종 약초로 만들어진 대체의약품 아로마요법 재료 등이 선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제일기획이 인터뷰한 한국의 30대 보보스들의 식습관도 이미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부 최희연씨(31)는 단골 농장에서 유기농 야채를 배달시켜 먹고 유기농 두부와 유정란을 먹으며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임상희씨(35)도 유기농 야채와 유정란을 먹고 주스는 갈아 마신다. 이들은 탄산 음료를 먹지 않고 끼니마다 과일을 먹으며 아침에는 유기농산물로 한식의 밥상을 차려 먹는다.

건강 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암웨이 미국 본사는 올 1월 한국의 20, 30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한 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젊은층들은 똑똑하고 자기 주도적이며 건강에 관심이 많다(health conscious)”.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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