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颱 風(태풍)

  • 입력 2002년 8월 1일 19시 16분


颱-태풍 태 暴-흉폭할 폭 請-청할 청

灣-물굽이 만 懼-두려울 구 薰-향내날 훈

엄청난 바람이 불고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물동이를 기울이듯 비가 쏟아졌다. 얼마나 왔을까. 동네 앞에 개천이 있었는데 내리 쏟는 暴雨(폭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둑이 무너져 내렸다. 무시무시한 황톳물이 성난 황소처럼 마을로 밀어닥쳤다. 마을과 개천 사이에 있던 논은 삽시간에 거대한 湖水(호수)로 변했고 넘쳐나는 물은 골목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서둘러 골목 입구에 말뚝을 박고 멍석으로 물막이를 만들어 황토물의 유입을 막았다.

알고 보니 윗동네도 被害(피해)가 막심했던 모양이다. 湖水로 변한 논으로 독이며 돼지가 둥둥 떠내려오고 있었다. 1959년 9월 15일에서 18일까지 우리나라를 할퀴고 지나갔던 사라호 颱風 때의 被害모습이다. 유사 이래 最惡(최악)의 颱風被害였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인명피해만도 850명에 이르렀다. 그러니 재산피해는 오죽했겠는가. 사라호로 남편을 잃은 한 어부 아내의 이야기를 노래한 대중가요도 출현했을 정도다.

매년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는 不請客(불청객)이 있다. 좀 건너뛰어도 좋으련만 빚쟁이 마냥 어김없이 찾아오는 颱風이 그것이다. 엄청난 暴雨와 바람을 동반한 채 갈구리로 긁듯 서서히 北上(북상)하면서 전국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준다.

颱風은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인도양의 벵골灣(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cyclone)이라 하며 대서양 카리브해 부근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남태평양 호주 부근에서 발생한 것은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부른다.

颱風은 ‘몹시 큰(台) 바람(風)’이다. 중국 사람들은 ‘무서운 바람’이라는 뜻에서 懼風(구풍)이라고도 했다. 주로 필리핀 근해의 남중국 해상에서 출현하여 北上하므로 그 威力(위력)을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이 廣東(광동), 그러니까 지금의 홍콩 일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颱風이라고 불렀다. 발음은 ‘타이 풍’이다. 그것이 현재 영어의 Typhoon(타이푼)이 된 것이다. ‘도자기’를 뜻하는 ‘china’와 함께 중국어가 영어로 사용되는 몇몇 예 가운데하나다.

그 颱風의 반대가 微風(미풍), 順風(순풍), 薰風(훈풍)이다. 일년 내내 그런 바람이 분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상이변 때문인지 올해에는 颱風도 유난히 잦다. 이미 많은 피해를 가했는데 계속 발생할 것이라니 걱정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