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逆 鱗(역린)

  • 입력 2002년 7월 31일 14시 17분


逆-거스릴 역 鱗-비늘 린 祥-상서러울 상

패-우두머리 패 歡-기쁠 환 說-달랠 세

龍은 鳳凰(봉황), 麒麟(기린), 거북과 함께 ‘四靈’(사령)이라 하여 중국 사람들이 섬기는 동물 중의 하나다. 물론 이 중 최고 祥瑞(상서)러운 동물은 龍으로 흔히 天子에 비유하곤 한다. 이놈의 모양은 ‘九似‘(구사·아홉 가지가 흡사함)다. 즉 머리는 소, 입은 당나귀, 눈은 새우, 사슴의 뿔, 코끼리의 귀, 물고기의 비늘, 사람의 수염, 뱀의 몸뚱이, 봉황의 발을 각각 닮았다는 것이다.

또 이 놈이 如意珠(여의주)를 물면 온갖 조화를 다 부려 작아지려고 마음먹으면 번데기 만하지만 커지려고 하면 천하를 뒤덮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無所不能(무소불능)의 존재다. 그러나 그처럼 吉祥(길상)의 동물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커다란 재앙을 몰고 오는 것이 龍이기도 하다. 韓非子(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龍은 정말로 좋은 동물이다. 친하게만 지내면 사람을 등에 태우고 하늘을 훨훨 날기도 한다. 그런데 턱밑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비늘이 거꾸로 난 부위가 있는데 이것을 건드리는 날이면 반드시 그 사람을 물어 죽이고 만다.’

그는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의 인물이다. 당시는 諸侯(제후)가 천하를 制覇(제패)하기 위해 血眼(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弱肉强食(약육강식)의 세상이었으므로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으며 누구나 君主(군주)의 마음에 드는 전략만 가지고 있으면 일약 宰相(재상)에 오를 수도 있던 때였다.

수많은 說客(세객)들이 그들의 歡心(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지혜를 총 동원하여 遊說(유세)를 했지만 登用(등용)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遊說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그는 遊說의 어려움을 다룬 글을 썼는데 그것이 韓非子 속의 說難篇(세난편)이다.

그가 든 어려움 중의 하나가 王의 ‘逆鱗’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弱點(약점)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遊說를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똑똑한 나머지 그만 王의 致命的(치명적)인 약점(逆鱗)을 건드리는 날이면 宰相은커녕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逆鱗을 모른 척 하고 넘어가면서 좋은 점만 이야기했다가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아부’한다고 여기는 게 왕의 생리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遊說는 어렵다고 했다.

정말 遊說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토록 遊說의 요령에 통달했던 그였지만 秦始皇(진시황)을 遊說하는 데에는 실패하여 결국 死藥(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