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간-원숭이 분화 ‘잃어버린고리’ 찾아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17분



1925년 과학계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에 경악했다. 남아프리카의 해부학자 레이먼드 다트가 300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을 발굴한 것. 그때까지 인류가 알고 있던 가장 오래된 원인(猿人) 화석은 길어야 50만년 전의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원숭이의 화석으로 매도당했다. 그러나 그 뒤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인류의 기원사는 새로 쓰여지게 됐다.

프랑스 포이티에르대학 미셸 브뤼네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 중앙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발굴해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한 사헬란트로푸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굴에 맞먹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팀은 함께 발굴된 동물 화석과 비교한 결과, 사헬란트로푸스는 원인의 화석으로는 가장 오래된 600만년에서 7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원인 화석보다 최소한 100만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두 생물이 공동조상에서 갈라진 시기를 500만년에서 700만년 전 사이로 추정했었다.

사헬란트로푸스는 두개골 크기가 침팬지에 가까우며 커다란 앞니나 두 눈 사이의 거리가 넓은 점은 고릴라를 닮았지만, 인간의 조상임을 보여주는 여러 특징도 함께 갖고 있다. 발굴팀은 송곳니의 모양과 이빨의 에나멜층의 두께 및 얼굴 아랫부분의 모양과 특히 이마의 눈두덩 부위는 인간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러한 특징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도 없는 것이며 한참 뒤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인 호모에렉투스에서 다시 나타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브뤼네 박사팀은 사헬란트로푸스가 인간과 침팬지의 진화과정에서 이제까지 발굴되지 않아 공백으로 남아있던 ‘잃어버린 고리’임에 틀림이 없다고 주장했다.

차드공화국은 이제까지 원인 화석이 주로 발견된 동부 아프리카의 리프트 밸리에서 서쪽으로 2400여㎞ 떨어진 곳이다. 25년간 이 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이끈 브뤼네 박사팀은 “사헬란트로푸스의 발굴로 사바나(열대초원) 지대인 동부 아프리카에서만 원인이 존재했다는 기존의 학설도 원인들이 아프리카 전역에 살았다는 것으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과거 숲으로 우거졌던 지역이기 때문에 원인이 초원지대에서만 살았다는 학설도 깨지게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발굴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뼈는 두개골과 2개의 아래턱, 3개의 이빨이 전부다. 과학자들은 사헬란트로푸스가 인류의 조상인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직립보행을 확인할 다리뼈 등이 발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만약 화석의 주인공이 암컷이라면 인간의 특징으로 든 송곳니가 다른 유인원의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영완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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