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철학 생태학]①산업과 자연 '조화의 길' 찾아야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13분


《8월 11∼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 세계 학자 2000∼3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의 세계생태학대회(INTECOL·주제 ‘21세기를 사는 새로운 철학으로서 생태학’)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각 분야 전문가의 기고문을 총 5회에 걸쳐 싣는다. 이들은 전문가의 식견을 통해 생태학이 현실과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생태의 문제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편집자>》

대자연의 기능과 산업 활동 사이에는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동물은 자연으로부터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하는데, 소화된 음식의 일부는 생장하면서 새로운 조직으로 전환되고 다른 일부는 죽어가는 세포를 수선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과일이나 종자 같은 물질 생산에 이용되고 신진대사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로도 전환되며 그 결과로 노폐물을 배출한다. 회사의 산업활동도 이런 생물활동과 매우 유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생물이 자원을 섭취 소화하고 대사활동 결과로 노폐물을 배출하듯이 기업도 자원을 소비하고 상품을 생산하며 그 결과로 폐기물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 자원에 대해 상호 경쟁한다는 점도 생물과 기업은 매우 유사하다.

한편 생물권(biosphere)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질의 재순환 역시 매우 유사하다. 식물은 간단한 이산화탄소와 물, 화학적 영양염류 등의 무기질로부터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유기물질인 탄수화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전환시키고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한다.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 낸 것을 섭취하고 그 부산물로 식물이 필요로 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일반 사람들은 이처럼 자연이 모든 물질을 완전하게 재순환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도 만약 잘 고안만 한다면 자연과 마찬가지로 배출되는 것을 다시 흡수하는 ‘무배출’상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권과 기술세계(techno-sphere) 사이에는 최소한 4가지 이상의 큰 차이점이 있다.

첫째, 기술세계에서는 생물권의 광합성 같은 역할을 하는 1차 생산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생물권에서는 과일, 열매, 종자 및 각종 알 외에는 거의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다만 일부 노폐물과 고사체만을 생성한다. 셋째, 생물권에는 돈과 노동도 존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상호교환하는 무역도 없다. 다만 비자발적 포식과 피식 및 기생관계가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자연계도 모든 물질을 완전하게 재순환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물, 이산화탄소, 산소 등은 저장고인 대기권을 통해 대부분 재순환되며, 질소, 인 및 칼륨은 토양의 표층과 부식층에서 생물의 고사체를 통해 일부 재순환된다. 유황, 칼슘 및 미량금속원소들은 아주 느린 지질학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재순환되고, 석탄과 석유는 재순환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순환되지 않는 폐기물이다. 석회암, 대리석, 철광석, 침전된 인광석도 마찬가지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볼 때 생장이란 태양에너지를 셀룰로우스, 당, 지방 및 단백질 형태로 생체내에 축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투여되는 것은 대체로 자연 자원, 자본 및 노동력이고 그 산물은 생산물과 서비스의 이질적 혼합물이다. 경제학적 체계는 생태학적인 것보다 훨씬 적게 재순환되며 단지 소수의 금속만이 효율적으로 재순환된다.

결론적으로 경제시스템은 생태계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생태학적 개념을 경제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이런 방법을 정당화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문제는 바로 생물권에 영향을 주어 다시 그 영향이 인간에게 돌아오는 만큼, 물질 순환 이상으로 사회경제적 순환 또한 생물권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이라고 보는 흐름도 있다.

번역〓임병선 (목포대 교수·식물생태학세계생태학대회 조직위원장)

로버드 아이어 佛 폰테인블로大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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