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 여름밤 별빛처럼 강렬한 협연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34분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모래언덕 너머 사라져가고, 느릿한 캐러밴의 행렬이 다시 이어지면 지평선 저편 아득히 피리소리가 들린다. 하늘 위에는 쏟아져내릴 것 같은 은하수가 긴 행렬을 이루고 있으리라. 건조한 곳일수록 별빛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니까.

축구대표팀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는 많은 중동인을 발견할 수 있다. 알제리 모로코 등이 과거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유할 때는 두개의 문화적 흐름이 생긴다. 지배국의 문화가 식민지로 흘러들어갈 뿐 아니라, 식민지의 문화도 지배국에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인들이 근대음악의 거인으로 받드는 생상도 중동의 문화에 깊이 심취한 인물이었다.19세기 말을 무대로 활동한 그는 여행 중 병을 얻어 모로코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프랑스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독일의 건축적인 구성미도 들어있고 예의 아랍적인 신비함도 느낄 수 있다.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또하나의 단서는 천문학이다. 아마추어 천문가였던 그는 천문학회지에 논문을 기고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중동의 사막을 자주 여행했던 데는 별을 관측하기 좋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막의 풍광과 별들의 세계는 인간세계를 초탈하고 있다는 데서 닮아있다.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다 영감을 얻어 오선지를 메꾸는 작곡가. 멋있는 모습이 아닌가.

그런 그의 면모가 잘 나타난 작품이 교향곡 3번 ‘오르간’이다. 제목 그대로 관현악과 파이프오르간이 협연하는 독특한 작품인데, 워낙 파이프오르간의 음량 자체가 관현악과 맞먹기 때문에 양쪽이 함께 포르티시모로 뿜어져 나올때의 장려함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작품은 앞서 말한대로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 듯한 이계(異界)적 느낌을 짙게 풍긴다. 오르간의 화음속에 현이 어둡게 깔리는 1악장 후반부나, 오르간의 당당한 C장조 화음으로 시작되는 2악장 후반부는 여름밤을 달구는 또다른 흥분을 맛보게 한다.

이 명작은 풍성한 오디오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뒤트와가 지휘한 몬트리올 교향악단 연주 등 녹음의 마력이 십분 발휘된 연주로 듣는 것이 좋겠지만, 녹음상태로는 거의 점수를 줄 수 없는 마르티농 지휘 프랑스 국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의외로 그 심오함에 있어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생상이 남긴 마지막 피아노협주곡(5번)은 아예 제목이 ‘이집트풍’이다. 원래 이 제목의 단서가 된 부분은 아랍풍 선율이 든 중간 2악장이지만, 빠르게 저미는듯한 리듬의 3악장은 더욱 아련한 환상을 가져다준다.

듣고 있으면 피아노의 매끌매끌한 터치가 피부의 끈적한 습기마저 날려버리는 듯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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