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종로 사거리는 공기깔때기의 주둥이 부분

  • 입력 2002년 6월 27일 16시 00분


조선시대 광화문 일대 지도
조선시대 광화문 일대 지도
조선시대 풍수(風水)설을 바탕으로 터를 잡은 경복궁. 그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 난 오늘날의 세종로와 세종로사거리 일대의 물길과 바람길은 어떤 모양일까.

세종로 사거리는 16차로인 세종로-태평로와 8차로인 신문로-종로가 교차하는 교통 혼잡 지역이지만 올 1월 조사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도가 주변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다.

서울시청 도시생태팀 오충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이 일대가 한반도의 주풍인 북서풍이 빠져나가는 ‘공기 깔때기의 기다란 주둥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또한 국지풍인 산풍(山風)의 경우도 광화문의 거의 정북(正北)에 자리잡은 북악산과, 북악산 서편의 인왕산 쪽에서 세종로 쪽으로 부는 북서풍이 되기 쉽다는 것.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김운수 박사는 세종로와 태평로 양편에 늘어선 정부중앙청사 교보빌딩 광화문빌딩 파이낸스빌딩 등이 일종의 ‘빌딩 캐니언(계곡)’을 형성해 바람의 속도를 빠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서풍은 북악산 인왕산 경복궁의 녹지를 통과하면서 ‘상쾌해진’ 상태이므로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은행나무들, 보행자들은 상쾌한 바람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지도상의 점선은 지상의 개천으로서 지금은 지하 하수로(보라색 선)가 됐다

환경운동연합이 1월 서울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조사한 결과 세종로 사거리의 오염도는 평균 34.3ppb였다. ppb는 오염물질 농도가 10억분의 1. 광화문 일대 오염도는 서울시 평균인 37ppb보다 낮았다. 환경부의 안전기준은 80ppb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충정로는 50.4ppb, 종로 3가는 52.1ppb였으며 신세계 백화점 앞은 서울 최고치인 95.2ppb를 기록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조경학)는 아스팔트가 폭넓게 깔린 광화문 일대는 풍속이 초속 2m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보온 바닥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리나 콘크리트 외벽을 가진 오피스빌딩들이 계속 들어설 경우 반사열 발생, 미풍 소멸 현상 등으로 인해 ‘도심 열섬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지상 주차장들을 지하화할 필요가 있으며 ‘옥상 정원’을 많이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기상청 원격탐사연구실의 오성남 박사는 서울이 현대화되기 전에는 남산에서 경복궁 쪽으로 남풍도 불었으나 지금은 남대문-시청 일대 빌딩숲의 ‘차단막 효과’ 때문에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물길의 경우 세종로 사거리 동쪽 광화문우체국 뒤편 지하가 ‘지하수의 교차로’ 역할을 한다. 이곳은 인왕산 정상-옥인동 통인동 내자동을 거쳐온 대형 지하수로와 북악산 정상-경복궁-교보문고 뒤편을 거쳐온 대형 지하수로가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땅밑 물길은 지하 청계천으로 향한다. 20세기 초까지는 광화문 앞을 가로질러 청계천과 연결되는 커다란 개천이 이 같은 지하 수로를 대신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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