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左 右(좌우)

  • 입력 2002년 4월 11일 17시 41분


左 右(좌우)

左-왼 좌 右-오른쪽 우 卑-낮을 비 遷-옮길 천 降-내릴 강 怏-앙심 앙

인류가 오른손을 많이 사용한 결과 인간의 頭腦(두뇌)는 左側(좌측)이 右側보다 더 발달하게 되었다. 자연히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월등히 많아 모든 분야에서 오른손을 爲主(위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른손은 便利(편리), 도움, 正常(정상)의 상징이 되었던 반면 왼손은 不便, 妨害(방해), 非正常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上下와 함께 左右에 대한 尊卑(존비)관념도 일찍부터 확립되어 있었다. 唐(당)나라 때의 대학자 孔穎達(공영달)은 左傳(좌전)을 해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른쪽은 便利하지만 왼쪽은 不便하다. 따라서 예로부터 도움을 주는 것을 右, 그렇지 않은 것을 左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右尊左卑(우존좌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조정에서 文武百官(문무백관)의 侍立(시립)은 상급자가 右側, 하급자가 左側이었다. 흔히 듣게 되는‘左遷’(좌천)이 나쁜 뜻으로 쓰여지는 까닭도 右側에 위치해 있던 관리가 降等(강등)되어 左側의 列로 옮겨갔기(遷)때문이다.

右尊左卑의 현상은 여러 분야에서 볼 수 있다. 史記(사기) 廉頗藺相如列傳(염파인상여열전)에는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 惠文王(혜문왕)의 명신 藺相如가 기지를 발휘하여 秦(진) 昭王(소왕)으로부터 和氏璧(화씨벽)을 무사히 되돌려 가져오는 대목이 나온다. 이른바 ‘完璧’(완벽)의 고사다. 惠文王은 그를 上卿(상경)에 임명하고는 廉頗의 ‘오른쪽’에 위치시켰다. 졸지에 廉頗는 藺相如때문에 ‘左遷’을 당한 셈이다. 怏怏不樂(앙앙불락)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左右의 區分이 엄격했던 만큼 上官의 행차를 만났을 때 길의 右側으로 피하면 不敬(불경)한 것으로 여겼다. 반드시 左側으로 피해야 했다.

그러나 座席(좌석)에서는 左側이 上位다. 周易(주역)에서 左를 陽(양), 右를 陰(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天子가 南面(남면·얼굴을 南쪽으로 향함)했을 때 左側은 東쪽이 되므로 자연히 西쪽보다는 東쪽이 더 尊貴한 자리가 된다. 이 때문에 유명한 鴻門宴(홍문연)에서 項羽(항우)가 거침없이 東쪽을 차지함으로써 劉邦(유방)을 西쪽에 앉혔다. ‘너는 내 臣下’임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적 용어인 左右翼(좌우익)은 전통적인 관념과 무관하다. 급진, 사회주의자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18세기 말 프랑스 의회에서 왼쪽에 급진파가 앉았던 데서 유래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