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치매노모때문에 휴가한번…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23분


Q : 목동에 사는 훈이 엄마입니다. 76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약간 치매증상이 있으세요. 그러다 보니 휴일이 되면 가족 모두가 부담스럽습니다. 모시고 나가자니 아이들이 싫어합니다. 아이들을 혼내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안하고요. 그렇다고 어머니 혼자만 집에 계시게 할 수도 없고….

A : 심리학에 전형성(typicality)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새가 새입니까”하면 대답이 금방 나오는 반면에 “오리가 새입니까”하면 한 박자 늦게 대답하게 됩니다. 참새는 새의 전형적 특징에 가까운 반면에 오리는 약간 멀리 있기 때문이죠.

주말여가를 즐기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라면 대개 푸른 언덕에 젊고 건강한 엄마, 아빠가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비슷한 예로 60, 70년대 산아제한 포스터가 지금까지도 행복한 가정의 표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요.

문제는 이렇게 푸른 언덕에 손잡고 뛸 수 있는 가족이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가족들마다 모두 드러나지 않는 이러저러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죠. 특히 노인문제는 모두가 겪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족여가시설의 대부분은 ‘푸른 언덕의 가족’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훈이 엄마! 시어머니 모시고 함께 즐길 조건도, 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인내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보다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해요. 한국치료레크리에이션 협회(www.ktra.com)같은 곳에서는 훈이 엄마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분들을 엮어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여가프로그램을 개발해 주거나 현재 진행중인 모임을 소개시켜 준답니다. 굳어진 근육을 재미있는 동작으로 풀어주는 간단한 체조부터 대인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게임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하네요. 한번 상담을 받아보시죠. 아니면 훈이 엄마가 직접 치료레크리에이션 전문가 교육을 받는 것도 방법이고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유니실버(www.unisilver.co.kr)와 같은 노인전문 케어센터 같은 곳에 시어머니를 모신 뒤 자주 찾아 뵙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죠. 노인들은 아무리 공기 맑고 경치가 좋아도 외진 곳은 싫어합니다. 외로움이 가장 무섭기 때문이에요. 외국의 노인요양시설은 도심 속의 작은 놀이공원 같습니다. 시내 가까운 곳에 있어 가족들이 주말에 어렵지 않게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돌이켜 보면 철든 후 20∼30년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꼭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도 이런 문제가 닥칠 겁니다. 바로 코앞의 일인데 왜 우리는 노인이 될 준비는 전혀 안하고 사는 걸까요?

www.leisure-studies.com

김정운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교수·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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