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주식중독증 벗어나기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13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친구를 만난 뒤 겪었던 어이없는 경험을 최근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점심을 같이 하는데 5분이 멀다하고 친구의 휴대전화가 삑삑 울리는 것이었다. 1시간여의 점심식사 시간 동안 그 친구는 “미안해. 잠깐만 기다려”하며 휴대전화를 살피기를 20여차례나 했다. 분위기가 산만해 대화는커녕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게 그 애널리스트의 전언이다. 대기업 사원인 그 친구는 월 수십만원을 주고 각종 증시 루머나 스폿 투자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해주는 서비스에 가입했던 것. “어디에 가 있더라도 증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는 게 그 친구의 변명이었다.

이쯤되면 주식중독증을 단단히 앓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주식중독증에 한번 빠져들면 도박이나 마약만큼 끊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활황기일 때 일반 투자자들 중에 이 같은 중독증 환자는 더욱 늘어난다. 주식중독증의 증세는 다양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만 되면 일어나 TV에서 미국 나스닥증시 동향을 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투자클리닉이나 정신과를 찾아가 “제발 나 주식 좀 안 하게 해달라”며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호소형도 있다. 주식중독증의 말로는 다른 중독과 비슷하다. 십중팔구 가산 탕진에 몸과 정신까지 망치게된다. 어떻게 하면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0분 계획’을 실천한다〓주식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이 하루 종일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강하게 떠오를 때 10분 동안 참는다는 생각으로 위기를 넘기면 하루를 넘길 수 있다. 물론 신문의 주식란을 읽지 않고 뉴스도 주식 정보가 나오면 꺼버리는 보조적인 수단이 병행되어야 한다.

금단 증상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주식투자의 경우도 그만두고 나면 담배나 술을 끊었을 때처럼 금단 증상이 생긴다. 실제 건강진단에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잠이 오지 않고 불안 초조해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이 같은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가 금단증세임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정신과 치료도 받을 필요가 있다.

주변에 주식투자를 완전히 끊었음을 알린다〓자신에게 돈을 꾸어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다. 가능한 한 꼭 필요한 신용카드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폐기한다. 금전관리를 배우자나 다른 식구에게 맡긴다. 가장 무서워하는 어른을 찾아가 스스로 주식중독자임을 알리고 호된 꾸지람을 받는 것도 자기 통제에 도움이 된다.

주식투자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봐라〓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면 경제적 손실 외에도 자녀와 배우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고 깨우치는 바가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는 아무리 해도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투자의 진리를 깨우쳐야 한다. 실제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투자로 얻는 이익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주식 외에 몰두할 취미를 찾아라〓우선 자신이 어떤 상황이나 감정에서 주식에 빠져들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당시 대안이 주식투자밖에 없었는지를 되돌아봐라. 즐기는 운동을 찾아낸다든지 여행 등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식투자에 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면 치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뭐니 뭐니 해도 주식 중독증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식 투자를 ‘쉬는’ 일이다. 하지만 주식에 한번 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 것이다. ‘쉴 수 있다면 끊을 수 있다.’

(도움말〓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반건호 교수, 시카고투자컨설팅 김지민 사장)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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