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美-佛-中 외국인학교 3곳 들여다보니…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13분


프랑스학교 초등과정의 학년말 기념사진 촬영
프랑스학교 초등과정의 학년말 기념사진 촬영
현재 정부의 인가를 받아 운영중인 외국인 학교는 33개이며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6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가 받은 학교들 가운데 미국계가 14개로 가장 많고 대만이 13개이며 일본 2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가 1개씩이다. 법적으로는 외국인과 해외에서 5년 이상 거주하고 귀국한 한국인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대개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며 해당 국가의 언어로 수업받기에 충분한 언어 실력을 갖춰야 입학이 가능하다. 인기 있는 외국인 학교의 경우 대기자가 30∼40명에 이를 정도로 공급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33개 학교에 6500명가량의 학생들이 있으며 이중 외국인이 6000명이고 나머지가 한국인이다. 외국인 수에는 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도 포함돼 있다.

▼미국계 학교

학생 1000명 이상의 큰 미국계 학교로는 서울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SFS)와 경기 성남시 복정동 서울국제학교(SIS)를 들 수 있다. SFS는 교육부가 정한 입학 가이드라인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가 모두 외국 시민권을 갖고 있어야 입학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SIS는 SFS보다는 입학이 쉽다.

미국계 학교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초중고교 과정이 이어진다. 초등학교가 5년, 중학교와 고교가 각각 3년과 4년 과정이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핵심 교과과정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4개 과목이다. 하지만 음악 미술 체육도 전 학년에 걸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배운다.

특히 미국계 학교는 체육 과목(Physical Education)을 매우 강조한다. 건강 상식과 성교육뿐만 아니라 수영 농구 축구 배구 야구 하키 등 거의 모든 종목의 운동을 가르친다. 정규 교과시간 외에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에도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졸업 후 무엇을 하든 기초 체력이 바탕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유도 수업

8학년(중학교 3학년)쯤 되면 제2외국어를 배운다. SFS의 경우 스페인어 프랑스어 한국어 3가지가 있다.

학기는 9월에 시작되며 매년 3개 혹은 4개 학기로 나뉜다. 초등학교부터 과목별로 담당 교사가 따로 있고 담임(Homeroom Teacher)도 있다. 과목별 담당 교사가 수시로 퀴즈(쪽지시험)를 보거나 수업시간에 손을 많이 드는 등 참여가 활발한 정도, 숙제 등을 감안해 평가한다. 점수보다는 5, 6개 레벨로 평가한 뒤 서술형 평가를 첨가한다. ‘필립은 수학 성적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시쓰기 테크닉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잘했다 필립!’ 이런 식이다.

SFS의 경우 연간 등록금은 초등학교 1만1000달러(약 1500만원), 중학교 1만3000달러(약 1700만원), 고등학교 1만5000달러(약 2000만원) 수준이다.

▼프랑스계 학교

교내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학생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프랑스 학교는 유치원 3년, 초중고교가 각각 5년 4년 3년 과정이며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전교생이 360명인데 이 중 프랑스인이 75%가량 되고 10%는 한국인, 나머지 15%의 국적은 미국이나 프랑스어권인 벨기에 아프리카 등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 중 자녀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프랑스어로 인터뷰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입학을 허락한다.

등록금은 프랑스인과 기타 국가인이 다르다. 초등학교는 연간 765만여원인데 프랑스인은 610만여원으로 깎아준다. 중학교는 1027만원(프랑스인 830만원), 고교는 1080만원(895만원)이다.

교과과정은 프랑스 공립학교의 것을 그대로 따른다. 일부 선택과목은 학생 수가 적어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는 한국처럼 1명의 담임이 전 과목을 가르치며 중학교부터 교과 전담교사가 있다. 프랑스어, 역사-지리, 수학, 과학이 주요 과목이고 영어는 유치원 때부터 주 1시간 정도 배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를 배우는데 영어와 독어 중 하나를 택한다. 3학년 때는 스페인어와 독일어 중 하나를 택한다. 한국어는 가르치지 않는다.

고교 마지막 학년에는 철학을 배운다. 이 학교의 기윰 카리오 교장은 “프랑스 공립교육은 신체 활동보다는 지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4학기제이며 유급제도가 있다. 고교 졸업 이전에 프랑스 등 외국으로 일찌감치 유학을 떠나는 추세다. 전교생 360명 가운데 고교생이 30여명 정도이며 이 중 졸업 때까지 남는 학생은 3, 4명에 불과하다.

성적은 ‘20점 만점 중 12점’ 등 철저히 점수로 매기지만 전과목 평균은 내지 않으며 석차도 매기지 않는다.

▼화교계 학교

한자 붓글씨 쓰기 수업 시간

국내 화교 학교들은 대체로 대만의 교과과정을 따르고 있고 수업교재도 대만식 번체자(繁體字)로 쓰여져 있다. 한국에 이주해온 화교들이 산둥(山東)성 출신이 많아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은 산둥어이지만 국어 등의 주요 과목에서는 베이징(北京) 표준어를 사용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한성화교학교의 경우 중고등학교를 모두 포함하는 중학(中學)과정은 국문 수학 영어 과학 등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이 짜여져 있다. 공민(公民)과 같은 사회윤리 과목이 매 학년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어는 일반적인 영어 과목 외에 영어작문을 특별히 강조해 1주일에 2시간 정도씩 따로 공부한다.

초중(初中·중학교)과정에서는 1학년 때 대만의 정치 역사 지리 등을 배운 뒤 2학년 때부터 중국 전체의 정치 역사 지리 등을 배우기 시작한다. 고중(高中·고등학교)과정에서는 1학년 때 공민과목 중 현대 중국의 국부(國父)인 쑨원(孫文)의 삼민주의(三民主義)를 떼어내 따로 배운다. 2학년이 되면 워드2000, 엑셀2000, 파워포인트2000의 중문판, 3학년이 되면 오피스2000 중문판 등의 수업을 받는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이과와 문과, 대만에 있는 대학 진학반과 한국 대학 진학반으로 나뉜다. 전체 학생의 60∼70%가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데 화교학교를 졸업해도 국내 대학입학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입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소학(小學·초등학교)과정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 자연 등을 중심으로 배운다. 3학년이 되면 독서 체육 작문 붓글씨 등의 과목이 추가된다. 4학년이 되면 컴퓨터 한국어 영어 등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국어는 소학 6학년까지만 배우고 컴퓨터 영어 등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도 계속 배운다.

평가방법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순위를 매기지 않지만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개별 석차를 매긴다.

화교학교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한국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학교입구에는 ‘請說中國話(중국어로 말하시오)’라는 주의문이 붙어 있지만 수업시간 외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현재 화교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주로 화교 3세들로서 부모 모두가 화교인 경우가 70%, 어머니만 한국인인 경우가 30%에 달한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경우는 대개 한국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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