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우리 아이 외국인 학교 보내보니…엄마들의 이야기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08분


왼쪽부터 백세진, 샐리 킴, 재키 킴, 제니퍼 킴
왼쪽부터 백세진, 샐리 킴, 재키 킴, 제니퍼 킴
서울외국인학교(SFS)에 자녀를 보내는 어머니들은 서로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서로의 이름으로 부른다. 셀린 엄마는 그냥 재키이고 레이첼 엄마는 그냥 샐리이며 테일러 엄마는 그냥 제니퍼다. 국적이 한국인 사만타 엄마도 그냥 세진이라 불린다. 모두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알게 된 사이다. 이들의 방담 내용은 미국내 학교에 관한 총체적 이야기라기보다 한국내 대표적 외국인학교인 ‘SFS의 경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활동

제니퍼〓서울외국인학교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발런티어(volunteer)로 활동을 많이 한다. 나는 1주일에 한번 정도는 학교에 간다. 1년에 4,5번 정도 특별 파티도 준비해야 한다.

샐리〓직장 있는 엄마들도 발런티어를 한다. 우리 반에도 바쁜 변호사 엄마가 있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내 학교에 나온다. 학교에 오지 못하면 음식이라도 마련해 보내준다. 얼마 전 부활절 파티에도 많은 엄마들이 참석했다. 음식도 많았는데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한 엄마들이 보냈다.

세진〓학기초(9월)에 PTA(Parents Teachers Association·사친회)가 구성돼 학부모와 선생이 1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의논한다.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부활절, 핼러윈 파티뿐만 아니라 10월의 코리안 위크(Korean Week)나 5월의 인터내셔널 페어(International Fair)와 같은 각종 행사계획을 짠다. 학교에서 나오는 예산이 있지만 예산이 모자라면 펀드 레이징(fund-raising) 방법도 궁리한다. 학생들 사이에 반장 같은 것은 없고 룸 맘(room mom)이 주도해서 일을 한다.

샐리〓헤드(head) 룸 맘이 있고, 어시스턴트(assistant) 룸 맘이 또 4,5명 있다. 이들이 학부모에 대한 비상연락망을 갖고 있다. 모든 학부모에게 활동계획표 같은 것을 나눠주고 봉사할 수 있는 날에 틱(tick·표시)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성은 없다.

●한국 교육 경험

제니퍼〓처음에 한국 유치원에 애를 보내 봤는데 애가 가서 맞고 왔다. 미국에서는 애들을 때리면 때린 애 부모가 나서서 막 혼내는데 한국 엄마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샐리〓작은 애를 한국 유치원에 보낸 적이 있다. 집에서 아빠도 한국말을 안 하고 엄마도 한국말을 안 하니까 여기서라도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유치원에서 점심급식을 하는데 애가 오징어 같은 것은 안 먹어 봐서 못 먹고 남기면 선생님이 ‘에브리싱 피니시(Everything, finish)’ 하라고 옆에 서 있는다는 거다. 또 영어를 가르치는데 애가 영어가 아니라고 해서 ‘왜 영어클래스에서 한국말을 가르치지’ 하고 가 봤는데 그게 정말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니었다.

세진〓나도 애를 한국 유치원에 보내고 처음에는 점심급식에 봉사하러 다녔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이 왜 우리 엄마는 안 하고 저 엄마만 오느냐고 했다. 나만 가는 것이 이상해져서 한두달 가다가 흐지부지 안 가게 됐다.

●옷차림

샐리〓한국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학교갈 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차려입고 간다. 서울외국인학교에 갈 때는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아서 좋다. 잘 차려입고 가도 오케이, 못 차려 입어도 오케이다. 학교에서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세진〓그건 학교 문제가 아니고 컬처(culture)가 다른 거야. 옷 문제는 특히 그렇다.

샐리〓애들 옷차림도 크게 다르다. 이 학교 애들은 너무 프리하게 입는다. 청바지에 티셔츠….

재키〓압구정동에 사는 친구 애들 보니까 다 외국 브랜드야. 가방은 무슨 브랜드, 신발은 무슨 브랜드. 우리 애들은 다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서 사 입힌다.

샐리〓여자 애들도 학교에서 다 축구하고 노니까 편안한 옷차림을 좋아해. 백화점에서 사준 옷은 오히려 불편해 하면서 잘 안 입고 다닌다.

재키〓한번은 아이에게 약간 비싼 옷을 사 입혀서 보낸 뒤에 “친구들이 혹시 네 옷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더냐”고 물어봤다. 우리 애가 하는 말. “엄마, 애들이 옷같은 것 갖고 코멘트하지 않는 것 몰라?”

일동〓(웃으며) 전혀 안 알아줘요.

●영어

세진〓서울외국인학교 학생들은 외교관이나 외국기업의 한국지사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부모가 모두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한쪽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쪽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 입학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우리 애도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가 나중에 들어왔다.

제니퍼〓이 곳의 한국계 학생은 아빠가 교포이고 미국기업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도 코리안(Korean)이라기 보다는 아메리칸(American)으로 생각한다.

세진〓엄마들만 보면 한국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외국 엄마들이 40% 정도 된다. 우리처럼 영어 한국말 다 하는 엄마들이 50% 정도 되고,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들도 10% 정도 된다. 주도권은 외국 엄마들이 쥐고 있다. 난 마더 앤드 선 파티(Mother & Son Party)를 준비하는 위원회에 속해있는데 위원 10명중 8명이 외국엄마, 1명 교포엄마, 또 1명이 나같은 한국 엄마다.

제니퍼〓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들은 반에서 도와주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엄마들은 교포인 우리가 가서 도와주면 되지만 외국 엄마 중에서 영어를 잘 못한다는 엄마, 즉 핀란드 출신의 엄마 같은 경우 영어를 못하니까 반에서 도와주는 걸 어려워한다.

샐리〓그런 엄마들은 학교에서 리딩(reading·책읽기)같은 것은 못 도와줘도 아이들이 수영할 때 옷 갈아입히는 것 정도는 도와준다.

●이혼가정

재키〓우리 반에 한 아이 아빠가 새로 결혼해 새엄마가 왔는데 우리하고 편하게 지낸다. 주말에는 별거 중인 아빠한테 가고 평소에는 엄마와 사는 경우도 있다. 아빠는 아빠 걸프렌드(girlfriend)하고 노는데 아이는 거기에 자기 친구들을 같이 데려가기도 한다.

세진〓미국에는 이혼을 겪은 가정이 많다. 애들이 많이 듣는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사는데 다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따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내 잘못은 아니고 그럴 수도 있구나 내추럴(natural)하게 받아들인다.

샐리〓부모가 이혼했다고 아이들끼리 허트(hurt)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재키〓학교 교육이 남의 마음을 먼저 배려하는 교육이다. 우리 애도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한테 상처줄 수 있는 말은 절대 안 한다. 나한테만 살짝 와서 한다. 어린 게 어떻게 그런 배려를 할까 했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친다.

샐리〓처음 전학오는 학생은 제일 공부 잘하고 제일 인기있는 학생과 짝이 되도록 학교에서 배려해준다. 그러면 애가 금방 친구를 사귄다. 왕따라는 것은 없다. 왕따를 시키면 왕따를 시킨 아이의 엄마가 왕따를 당한다.

●학습지도

재키〓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만 해주는 것이지 가능한 도와주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지리과목의 컨트리 리포트(country report) 같이 엄마가 안 도와줄 수는 없는 숙제도 간혹 있다.

세진〓숙제는 대개 아이들이 30분만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30분만에 못하면 학습능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니까 부모가 체크해서 선생님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숙제는 외우는 것보다 창의력 쪽이 많다. 자료를 찾아 인터넷 서핑도 하고 학생들 앞에 나가서 프리젠테이션 할 방법도 궁리한다.

샐리〓학교에서 공부 잘 한다고 주는 상은 없다. 친구들 사이에 좋은 친구로 인정을 받아 투표에서 1등을 하면 교장 선생님이 상을 준다. 한달에 한번, 한반에 두명씩 그런 학생들을 뽑아 상을 준다.

제니퍼〓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장난감을 잘 셰어(share)하는 아이가 칭찬받고 상을 받는다.

재키〓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싫어하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팀워크를 중시하게 된다.

샐리〓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누굴 이기려고도 하지 말고 밟으려고도 하지 말라, 이런 것이다.

세진〓과외로 피아노와 한국어를 가르친다.

샐리〓나도 과외로 피아노와 한국어를 가르친다.

재키〓피아노 한국어 컴퓨터 수학을 가르친다. 컴퓨터는 내가 인터넷을 너무 못해 선생님 불러 같이 공부한다. 수학은 외국인학교의 수학 가르치는 수준이 낮아 학습지로 보충한다. 피아노는 시키긴 싫은데 왠지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가르친다.

샐리〓딸 가진 엄마하고 아들 가진 엄마하고 또 다르다. 우리들은 다 딸 가진 엄마여서 공부에 별로 신경 안 쓰는 지 몰라도 아들 가진 엄마들은 공부쪽으로 신경을 많이 쓴다. 그 대신에 미술이나 음악 같은 것은 정말 하기 싫어하면 안 시킨다.

재키〓아빠들이 똑똑한 집안의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대학교도 잘 간다. 여기 엄마들의 남편들도 대부분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샐리〓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가면 물론 좋지만 못 가도 오케이다. 난 늘 내가 넘버 원(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 남편이 넘버 투, 아이들이 넘버 스리다. 아이들 때문에 내가 할 것 안 하는 것은 없다.

●안전

샐리〓학생들 중 90% 이상이 스쿨버스를 타고 다닌다. 학생들이 서울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스쿨버스가 체계적으로 운행되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 외교관 자제 등 일부는 학부모가 직접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또 데려간다.

제니퍼〓스쿨버스는 안전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스쿨버스에는 항상 어린 애들을 먼저 태우고 큰 애들이 나중에 타도록 승차시간에 차이를 두고 있다. 또 버스 안에는 기사 외에 슈퍼바이저(감독)가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돌본다. 어린 애들은 슈퍼바이저 근처에 앉히고 큰 애들이 괴롭히지 못하도록 배려한다.

세진〓누군가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면 한국 학교에서는 맞은 아이의 엄마가 때린 아이의 엄마에게 직접 전화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여기서는 학교에다 편지를 쓴다. 학교에 이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편지를 쓰면 반드시 연락을 해 온다. 학교가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 학생에 대해 며칠간 정학조치를 시키겠다는 등의 약속을 한다.

▼좌담 참석 학부모

백세진(35) 국적 한국(남편이 외국 국적). 최근 한국생활 3년. 딸 사만타 SFS 4학년, 아들 크리스찬 SFS 유치원생.

샐리 킴(37) 국적 미국(교포). 최근 한국생활 3년. 딸 레이첼 SFS 4학년, 마들린 1학년.

재키 킴(40) 국적 미국(교포). 최근 한국생활 10년. 딸 셀린 SFS 4학년.

제니퍼 킴(33)국적 미국(교포). 최근 한국생활 5년. 딸 테일러 SFS 유치원생.

정리〓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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