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목교수 "정부 언론사 세무조사 보수-진보갈등 부채질"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52분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비판 보수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정부가 기획 주도한 ‘공격(Attack)’이었다는 국내 논문이 해외의 권위있는 학술지에 실렸다.

이런 내용의 논문이 해외 학술지에 실린 것은 처음으로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부의 비판언론 탄압용이었다는 사실이 해외 학계에도 알려지게 됐다.

서울대 양승목(梁承穆·언론정보학) 교수는 최근 발간된 미국 하버드대의 학술 계간지인 ‘하버드 아시아 쿼터리(Havard Asia Quarterly)’ 겨울호에 실린 논문 ‘한국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 운동’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001년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밝힌 뒤 정부는 ‘이들 보수 언론을 무릎 꿇게 하려고’(bringing conservative major newspapers to their knees) 각종 규제 수단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는 1997년 하버드대 아시아연구소 주관으로 창간돼 아시아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학술 계간지다.

양 교수는 “정부 주도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한국 내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두 진영을 양극화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세무조사의 부작용이며 정부의 주장대로 일상적인 세무조사였다면 갈등은 최소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은 이와 함께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사에 투명 경영을 유도한 장점도 있으나 그동안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공동체를 형성해왔던 한국 언론을 철저하게 양분시켜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국민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처음에는 이중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말 MBC가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는 세무조사를 지지하면서도 56%는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 게 그 단적인 예라는 것.

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논쟁은 지난해 10월 한겨레신문 정치부 성한용 차장의 저서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에서 정부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 뒤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성 차장의 책은 세무조사가 순수하게 ‘정도 세정’에서 시작했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립했다”며 “특히 정부와 긴밀한 한겨레신문의 기자가 ‘증언’했다는 점에서 책 내용의 사실 여부는 한치도 의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