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초빙 해외저명학자 성향 논란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42분


최근 각 대학에서 외국의 저명 학자를 초빙해 대학의 세계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성균관대가 3월부터 동아시아학술원 안에 개설하기로 한 국내 최초의 ‘동아시아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초빙 결정된 외국인 교수의 학문분야와 학문적 성향을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이 대학원의 교수로 초빙 결정된 두 교수가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사 전공자이고, 또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자라는 것이다.

초빙이 결정된 교수는 2000년 워싱턴대에서 정년 퇴임한 제임스 팔레 교수와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의 미야지마 히로시(宮島博史) 교수. 성균관대는 세계적으로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명망을 가진 학자들을 초빙해 대학원의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이 두 사람을 초빙했고, 특히 팔레 교수에게는 동아시아학술원의 원장을 맡기기로 했다.

이들이 초빙된 데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어떤 다른 분과학문보다도 자주적이어야 할 한국사학 분야에서, 그것도 굳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외국인 교수를 불러 올 필요가 있느냐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동아시아학’이라면 경제학, 정치학, 문학, 철학 등 다른 분야도 많고 역사학 중에서도 중국사나 일본사 등의 분야가 있는데 굳이 한국사 분야에서 비슷한 견해를 가진 학자만 데려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외국에서 학자를 데려오더라도 기왕이면 성균관대의 오랜 전통에 맞고 ‘동아시아학’의 취지에도 맞는 사람을 데려와서 자리를 잡은 다음에 다양한 견해를 가진 훌륭한 학자들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동아시아학술원측은 “그들의 학설이 문제가 된다면 이번 기회에 학계에서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학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들을 초빙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이들을 대신할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