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신소재가 미술을 바꾼다

  • 입력 2002년 2월 5일 14시 27분


경남 김해의 문교산업 화학공장 내부 거대한 석고더미 앞에 선 참여작가들
경남 김해의 문교산업 화학공장 내부
거대한 석고더미 앞에 선 참여작가들
신소재가 삶의 질을 바꾸었듯, 미술의 질도 바꿔놓을 것이다.

새로운 안료와 소재를 개발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상상력을 이끌어내 한국 미술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갤러리사간이 기획한 케미컬 아트 프로젝트. 신소재는 분명 미술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 미술은 물론 일상생활 용품의 기본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 원료로부터 미술 분야의 신소재를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미술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엔 장승택 도윤희 양만기 김현숙 써니킴 정재철 조한기 신미경 등 작가 2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갤러리사간 관계자들과 함께 경기 파주, 충남 청양, 경북 포항, 울산 등 전국 각지의 화학 공장을 방문해 석유화학 물질의 추출 및 제조 과정을 직접 둘러 보고 새로운 소재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물론 작가 스스로가 새로운 재료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이 현장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화학분야 전문가들의 전문지식과 작가들의 미의식과 특유의 상상력을 결합시키겠다는 뜻이다.

미술 작가에게 새로운 재료는 엄청난 발견이다. 갤러리사간의 양찬제 큐레이터는 “과거 1960, 70년대 아크릴물감처럼 새로운 신소재가 개발되어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서 “한국의 대표적 산업인 석유화학 분야의 기술력을 이용해 신소재를 만들어내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새로운 미술이 창출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장은 찾은 작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늘 튜브 속의 물감이나 조그마한 파스텔만 보다가 엄청난 양의 물감과 무수히 널려있는 파스텔을 본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석고 원석 앞에선 조각이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화학 공장 현장을 돌아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오른다. 예를 들면, 직접 드로잉을 하지 않고 물감 자체만으로도 드로잉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화가 도윤희)

그동안 어떤 하나의 물질을 단순한 조각 재료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견학을 계기로 물질 자체의 특성을 알게 됐다. 조각에 그런 특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30도 아래에서는 고체가 되고 130도 이상에선 액체가 되는 그런 물질을 보았다. 저걸 미술에 응용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갖게됐다. (조각가 김건주)

작가들은 앞으로 화학 공장을 한두차례 더 방문하고 전문가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게된다. 그리고 그 성과물을 작품으로 만들어 올 11월경 케미컬 아트 전을 열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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