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교수신문, 자생적 '우리 이론' 집중 조명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55분


백낙청(왼쪽) 안병무(오른쪽)
백낙청(왼쪽) 안병무(오른쪽)
서구 이론의 수입에 급급한 한국 학계의 식민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우리의 자생적 이론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시도된다. ‘교수신문’(격주간·www.kyosu.net)은 ‘우리 이론’에 대한 재검토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하기로 하고 교수들의 자문을 얻어 주요한 자생이론으로 평가받는 이론들을 선정 발표했다.

그 동안 이른바 ‘우리 이론’에 대한 산발적인 평가와 소개는 있었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이론’으로 선정된 것은 분단체제론(백낙청), 분단사학(강만길), 민중신학(안병무), 경제사학(김용섭), 심미적 이성(김우창), 내재적 접근(송두율), 민족경제론(박현채), 온생명(장회익) 등 약 20개이며 기획의 진행 과정에서 더 보완할 계획이다.

교수신문측은 “자생성과 구체성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아 ‘우리 이론’을 선정했다”며, 이번 재검토를 통해 “한국 지식의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과정에서 특히 많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1990년대에 백낙청 서울대 교수(영문학)가 제기한 ‘분단체제론’. 이 이론은 남북분단이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분단이 상당히 지속성을 띤 것임을 현실로 인정하며 분단체제 변혁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당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동일(왼쪽) 김우창(오른쪽)

남북분단과 관련해 강만길 상지대 총장(한국사학)이 1970년대에 만든 ‘분단사학’도 주요한 우리 이론으로 평가됐다. 이 이론은 조선후기부터 광주항쟁에 이르는 현대사의 맥락에서 분단의 문제를 한국사학의 주요 주제로 파악한 점에서 한국사 분야의 주요한 업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개별 연구는 아니지만 1980년대 지식인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사회구성체와 변혁 논쟁’, 1990년대의 ‘탈식민주의 글쓰기’와 ‘근대성 논쟁’도 우리 이론으로 꼽혔다.

‘사회구성체…’는 한국사회의 변혁 논의를 상당히 높은 이론적 수준에서 구체화시켰다는 의미에서, ‘탈식민주의…’는 서구의 근대적 논문 형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 속에서 창의적이고 우리 현실에 뿌리박은 글쓰기의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근대성 논쟁’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과도한 유행에 대한 반성 속에서 한국사회의 근대성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한 논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학자들은 이번 ‘우리 이론’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통해 서구 이론과 한국사회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식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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