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이어트 자습서 '살에게…' 펴낸 한의사 이유명호씨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24분


열혈 페미니스트가 살빼기 책을 내다니.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페미니스트의 ‘본분’ 아니었던가.

섣부른 ‘배신감’을 느끼며 최근 ‘살에게 말을 걸어봐’를 집필한 이유명호씨(49·여·서울 남강한의원 원장)를 찾았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회원 등 활발한 여성계 활동. 경기여고 졸, 경희대 한의학과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이라는 ‘당당한’ 이력의 소유자.

그러나 156㎝의 아담한 체격에 짧게 커트한 머리는 마치 초등학생 ‘소년’을 보는 듯 했다. 지름 1㎝, 길이 30㎝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 한 가닥에서 만만치 않은 ‘개성’이 엿보인다.

시원시원한 말투로 ‘해명’한 다이어트 자습서 집필 동기는 이랬다.

“살을 빼는 방법을 ‘살풀이’라고 지칭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비만환자들이 살찐 원인을 분석해 보니 상당수가 한(恨) 때문이더군요. 이미 살이 찐 뒤에는 살쪘다고 구박받고 자괴감에 다시 먹을 것에 집착하고…. 이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어야지요.”

남동생만 좋아하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리로, 또 남편의 폭력에 대한 스트레스를 식탐으로 해소한 사람도 있었다. 비만에는 심리적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최근에 한의원을 찾는 단골손님층 가운데 하나가 비만 체형의 초등학생들.

그의 치료는 “얘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요”라고 말하는 엄마들을 꾸짖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제발 주변에서 구박하지 마세요. 스스로 성취도를 체크해가면서 마음 편하게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을 따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의 다이어트법의 핵심은 ‘자신의 몸에 대해 파악하라’다.

체질에서 사주까지 살펴야 한다. 습한 몸을 가진 비만인들이 바짝 말려 데친 나물 대신 젖은 서양식 샐러드를 선택하는 등 지금까지 잘못됐던 다이어트 정보도 재점검한다.

정작 본인은 비쩍 마른 몸매임에도 왜 ‘살풀이’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

“아버지가 제가 고등학생 때 돌아가셨는데 비만이 주 원인이셨어요. 대학시절부터 어머니와 두 동생의 ‘소녀 가장’ 역할을 했죠.”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 ‘약초밭(www.yakchobat.com)’을 통해 비만인들의 커뮤니티인 ‘우아사(우리는 이미 당연히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를 운영하고 있다.

한가족처럼 지내는 ‘우아사’ 회원들은 요즘 수다로, 또 웃음으로 ‘즐거운 살빼기’를 하고 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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