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김성녀의 '변강쇠전' "재밌구나, 얼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9시 10분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는 올해로 21년째다.

‘변강쇠전’이라면 통상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성적인 코드는 작품의 중심이 아니다. 횟수나 표현 강도에서도 그렇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변강쇠(윤문식)와 옹녀(김성녀)는 삶의 근거지에서 쫓겨나 떠돌다가 길에서 만나자마자 혼례를 올리는 파격을 감행한다. 이 행위는 당시 유랑민들의 정착을 염원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둘은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그동안 변강쇠는 정력만 센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됐으나 이번에는 사회적 모순속에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나무하러 갔다 장승을 뽑아 불을 땐 변강쇠의 행위는 금기와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죽은 변강쇠의 초상을 치르기 위해 모인 광대들이 모두 죽는 것은 유사이래 오늘까지 인간이 지닌 온갖 허위와 허욕에 대한 응징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변강쇠전’의 묘미는 마당놀이 특유의 패러디가 가미된 점이다. 숨겨진 상태로 이뤄져왔던 성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죽음이라는 어둡고 칙칙한 소재를 재미있고 해학적인 놀이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해설을 맡은 김종엽씨의 뚝배기같은 재담과 마당놀이 전문배우들의 뜨거운 몸놀림이 변강쇠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당놀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는 관객들이다. ‘좋지’ ‘얼씨구’ ‘흥’ 등 관객의 다양한 추임새야말로 배우들의 연기와 화학 반응해 예측할 수 없는 즉흥 연기를 낳기 때문이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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