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美 한인 소설가 작품세계 한눈에 조망…문학연구서발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11분


한국계 미국인 문학을 총정리한 연구서가 처음으로 출간됐다.

유선모(62) 경기대 영문과 교수가 최근 펴낸 ‘미국 소수민족 문학의 이해-한국계 편‘(신아사·사진)이 그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영어로 발표한 첫 소설인 유일한씨(유한양행 창업자)의 ‘나의 한국 소년 시절’(1928)부터 최근작까지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 70여명의 작품을 분석했다. 그간 단편적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성과와 이들의 문학적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말미에는 이창래, 수잔 최 등 주요 작가 16명의 인터뷰도 실었다.

유 교수는 1930∼1960년대, 1960∼1990년대, 1990년대 이후 등 세 시기로 나눠 각 시기별 작품 경향과 특징을 분석했다. 1930∼1960년대에는 유일한 등 몇몇 이민작가를 중심으로 조국의 향수나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초창기 작품들이 간헐적으로 발표됐다. 강용흘씨의 ‘초당(The Grass Roof·1931)’처럼 당시 퓰리처상 후보작에 올랐던 수작이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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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1세대 작가가 등장한 60년대에는 자신의 성장체험을 토대로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다루거나(박인덕의 ‘9월의 원숭이’, 김기청의 ‘미국, 미국이여’) 조국에 대한 향수를 그린 작품(김용익의 ‘꽃신’)이 여러 편 발표됐다. 특히 리처드 킴(김은국)의 ‘순교자(The Martyred·1964)’는 미국 문단에 한국을 소개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80년대 들어서는 한국의 전통과 애국심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피터 현의 ‘독립만세!’ 등)들이 나오면서 한국계 미국 소수문학의 활로를 마련하게 된다.

90년대에는 영어 활용이 자유로운 이민 1.5세대 작가들이 주축을 구성하면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수준높은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소재면에서 부모들의 고생스러웠던 이민생활을 자신의 유년기 기억을 중심으로 다루거나(이창래의 ‘네이티브 스피커’), 한국의 전설 민요 풍습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코니 강의 ‘내 고향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 주목을 받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한일간 외교현안으로 등장한 군대위안부를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 소설(노라 옥자 켈러의 ‘군대 위안부’, 이창래의 ‘제스쳐 라이프’ 등)이 여러편 발표되면서 미국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유 교수는 “1980년대 후반들어 다문화주의 시대가 도래했고 미국적 소재의 고갈로 인해 코리안-아메리칸 같은 소수 민족작가들의 작품이 두각을 나타냈다”면서 “21세기에는 소수민족 문학이 미국 문단의 주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창래 외에도 해리 리, 코니 강, 하인스 인수 행클(이상 이민 1.5세대)와 수잔 최, 미라 스타우트, 레너드 장, 마리 리(이상 이민 2세대) 같은 우수한 작가들이 머지않아 대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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