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게 뭐야?" 끔찍한 테러참사 어떻게 설명하나

  • 입력 2001년 9월 14일 19시 35분


여객기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를 관통하고 곧이어 건물이 주저앉는 영화 같은 장면이 연일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를 본 아이들이 “엄마 저게 뭐야? 우리 집도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어린이들에게 이처럼 끔찍한 테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의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 김 월튼은 “테러 뉴스를 무조건 못보게 하기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카이저 패밀리 재단이 후원하는 단체 ‘아이들과 이야기하기’의 도움으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www.talkingwithkids.org).

▽나이에 따른 차별화 교육〓6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끔찍한 장면들이 나오면 쉽게 겁을 집어먹을 수 있다. 또 자극적인 장면을 자주 보면 중독성이 생겨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된다. 자극적인 화면이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의 시청 시간을 줄이고 반드시 부모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도록 한다.

6∼10세 아이들이 가장 위험하다. 허구와 현실은 구분하지만 분별력이 없기 때문. 텔레비전의 사건 사고 뉴스를 보며 “유괴되면 어떻게 하지” “자동차 사고나면 어떻게 해” “폭풍이 몰아치면…” 등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자녀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되 아이가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으면 끈다.

11세 이상이 되면 혼자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읽도록 내버려둬도 된다. 넘치는 정보와 다양한 의견에 혼란을 느낄 때는 적절히 개입해 조언하는 것이 좋다.

▽자녀와 토론〓아이들과 토론을 하면 혼란이나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특정한 현안에 대해 토론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왜 테러범들이 자기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죽였어?” “테러범들은 죽어도 싸지?” 등의 질문에 자상하게 대답해준다.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걱정할 것 없어”라고 말하기보다 이같은 사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을 쉽게 설명해준다.

▽‘의견’도 중요〓이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지에 대해 부모가 느끼는 점과 의견을 이야기하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뉴스와 현실은 별개〓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 뉴스는 비정상적인 사건을 다룬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뉴스와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뉴스를 보면 “학교에 어떻게 가나”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학교 폭력 사고로 다칠 확률은 200만분의 1보다 작다.

▽솔직하라〓세상일은 너무 복잡해 어른이라고 다 알 수 없다. 잘 모르면서 대충 대답해주거나 아는 척 했다가 아이가 눈치채면 부모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겁내는 것은 당연〓두려움을 느끼는 아이에게 “너를 지켜주기 위해 엄마 아빠도 있고 소방관 아저씨도 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웃집에서도 달려올 것이다”고 말해 안심시키는 것이 좋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