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추억을 팝니다…60, 70년대 '준골동품' 인기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토토의 오래된 물건' 주인 민권규씨
'토토의 오래된 물건' 주인 민권규씨
《‘추억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추억 속의 물건들을 다시 찾거나 사고파는 이들이 늘면서 ‘추억산업’이 새로이 뜨고 있다. 30대 이상이 ‘소싯적’에 한번쯤 갖고 놀았을 아톰만화 딱지와 못난이 인형, 만화영화 로봇태권브이, 그리고 그 시절 어깨를 짓누르던 교과서와 책가방, 도시락통 등 ‘추억의 물품’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 물품은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면서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애호가의 폭이 넓어지면서 전문점이 생겨나고 인터넷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유통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추억의 물건'을 찾습니다

서울에서 ‘추억’이 가장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곳은 역시 종로구 인사동 상가.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

이 거리의 골동품점 대부분이 근대 이전의 옛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 데 비해 5년 전 문을 연 ‘토토의 오래된 물건’은 취급품목을 60, 70년대 이후의 ‘추억상품’에 국한시켰다.

60년대 ‘나쇼날 흑백TV’와 ‘세계헤비급 참피온 김일 레슬링대회’ 포스터에서부터 마징가제트와 못난이 인형, 종이인형 옷 입히기, 뱀 주사위 놀이 등 각종 종이놀이세트 등등. 어렸을 적 동네 구멍가게나 문구점에서 볼 수 있었던 조잡하고 단순한 기능의 물품들이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도 유년기의 기억 속에만 간직하던 물건들을 더듬으며 탄성을 지르는 20, 30대 젊은이들로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10여년간 골동품상을 운영하다 5년 전 이곳에 가게를 낸 민권규씨(39)는 가게 내에 진열된 이 수집품들을 ‘준골동품’ 내지 ‘근대사 물건’이라고 부른다.

이순신장군 위인전

왜 하필 70년대 이후의 물건들인가.

“50년대 이전에 유년기를 보냈던 이들에게는 꿀꿀이죽과 미제 껌으로 상징되는 빈곤의 기억만 남아 있지만 개발의 시대인 70년대를 보낸 아이들에겐 아톰딱지와 마징가제트 같은 추억의 상징과 문화들이 그런대로 남아있기 때문이죠.”

불과 20여년밖에 안된 70년대 물품들조차 이제는 골동품점을 뒤져야 겨우 발견할 만큼 희소성을 띠게 됐다.

손오공 도시락

이 가게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추억상품’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인사동에만 5곳 안팎으로 늘어났다.

인사동을 비롯해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에서는 60년대 영화포스터 등 추억상품으로 실내 장식을 한 음식점과 카페들도 성업중이다.

▽'추억산업'이 뜬다

‘추억’을 되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 ‘추억산업’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분유통

추억상품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시장은 ‘옥션’과 ‘셀피아’ 등 인터넷 경매사이트.

가장 거래가 활발한 셀피아(www.esellpia.com)에서는 검정고무신, 오자미, 참빗 등 각종 추억상품을 비롯해 마징가제트, 캔디 등 옛 만화영화 비디오테이프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가격은 수천원대에서 시작해 희소성이 높은 물건은 수십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만화시장에서 명작이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리메이크하거나 재출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

크로바 책가방

최근 탄생 25주년을 맞아 디지털 3D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기로 된 ‘로봇태권브이’가 대표적인 사례. ‘꺼벙이’ ‘도깨비감투’ ‘베르사유의 장미’ 등 70년대를 풍미하던 각종 ‘명작만화’들도 속속 재출간되고 있다.

CD롬으로 재출간된 70년대의 ‘고우영 삼국지’는 2만부나 팔려나갔다. ‘로봇태권브이’ 역시 원본VCD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으며 TV용 애니메이션이나 PC게임 등 각종 문화상품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