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름방학 체험학습 '생생 보고서' 어떻게 쓸까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27분


중국 지린성 고구려고분을 찾은 가족
중국 지린성 고구려고분을 찾은 가족
《“지난 여름방학 때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답사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진땀을 뺐어요. 하회탈이나 전통 한옥 등을 보고 느낀 점을 글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서울금북초등학교4학년반 안나양(10)은 방학 때마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보고서를 정리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응암초등학교 문인화 교육과정부장은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꼼꼼히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 훌륭한 보고서가 된다”고 말했다. 개학이 다가오면 여름방학 과제물로 제출할 현장체험학습 보고서 때문에 걱정하는 초중고교생이 많다. 몇가지 요령을 익혀 생생한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해보자.》

▽보고서 계획 세우기〓무턱대고 글을 쓰다보면 짜임새가 없고 내용도 부실해지기 쉽다.‘형식 정하기→자료 배열 및 구성하기→분량 나누기→보고서 작성→보고서 요약’ 순으로 보고서 작성 계획을 세워보자.

▽보고서 형식 정하기〓계획을 세운 뒤 △기행문 △조사보고서 △답사보고서 중 주제와 활동 내용에 맞는 보고서 형식을 택한다. 기행문을 쓸 때는 여행 도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적는다. 조사보고서나 답사보고서 형식을 택한 경우 주제 선정의 동기와 탐구 내용을 적고 자료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충한다.

‘의복의 변천사’를 주제로 택하고 자료 조사를 했다면 조사보고서 형식, ‘신라 사찰의 건축양식’을 주제로 택하고 경주 지역을 답사했다면 답사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한다.

▽기행문 쓰기〓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다녀온 지역을 안내한다는 마음으로 시간 순서와 이동 경로에 따라 정리한다. 기행문을 쓰기 전에 ‘출발 전→이동 과정→목적지 활동→정리 및 반성’ 등을 차례로 떠올리며 글을 쓴다.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솔직하게 적는 것이 요령. 여행 지역을 지도 등과 함께 소개하고 지리적인 특성을 곁들이면 글에 생동감이 생긴다. 여행 중에 겪었던 일화를 섞으면 글 읽는 맛이 생기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첨가하면 개성 있는 글이 완성된다.

기행문은 △수필체 △일기체 △서간체 △보고문체 △시 형식 등으로 작성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여행을 다녀왔다면 일기를 쓰듯이 하루 단위로 기행문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편지 형식으로 기행문을 쓰면 여행을 떠난 나그네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답사보고서 쓰기〓답사보고서는 보고서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도록 답사 대상이나 지역을 밝히고 선정 이유 등을 적는다. 주제에 맞도록 답사 활동 내용을 정리한 뒤 답사 후 알게 된 내용과 새롭게 생긴 의문을 곁들여 학습 내용을 발전시킨다. 사진 신문기사 안내책자 등을 내용에 맞춰 알맞게 배열하면 짜임새도 있고 보기도 좋다.

▽조사보고서 쓰기〓주제 선정 동기를 분명히 밝힌다. 서점 도서관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 조사를 하고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내용을 보충하면 좋다. 조사보고서를 통해 새롭게 배운 내용과 의문 사항, 소감을 곁들인다. 참고문헌을 밝히는 것을 잊지 말자.

▽요약 보고서 만들기〓체험학습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있다. 3분 정도 발표할 분량의 요약보고서를 만들어보자. 요약보고서는 △체험학습 주제 선정 이유 △사전 조사 내용 △일정 △체험 학습 활동(체험 학습 코스, 학습 내용, 새롭게 알아낸 내용, 문제점) △소감과 반성 순으로 간략하게 정리한다.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해 자료를 만들면 사진이나 그림 등을 보고서에 첨부할 수 있기 때문에 발표에 도움이 된다.

▼인터뷰/中 유적답사 조정환군▼

“고구려벽화의 화려한 색상과 정교함에 깜짝 놀랐어요. 1500년 전 고구려 사람들은 싸움만 잘했던 것이 아니라 예술적 감각도 풍부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가족과 함께 중국의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한 조정환군(15·미국 애번데일고 1학년)은 책에서만 배웠던 고구려인의 삶을 피부로 느꼈다.

조군은 지난달 29일부터 7박8일 동안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 서경대 교수)가 주최한 유적답사 여행에 참가해 중국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 지역의 고구려 성터와 고분 등을 답사했다. 이번 여행에는 조군의 부모와 할머니 남동생까지 동행했다.

“한자로 쓰인 안내문 등은 아버지께서 읽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한결 이해가 빨랐죠.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울퉁불퉁한 중국 시골길을 달려 고구려 유적지를 찾았다. 거대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쌓아 올린 고분과 성벽을 보고 ‘돌의 마술사’라는 고구려인의 솜씨에 입이 딱 벌어졌다. 중국 환인지역 오녀산성에서 발견된 집터와 온돌 흔적을 보고 고구려인의 생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도 했다.

조군은 “직접 보고 느끼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면서 “앞으로 자주 역사 유적지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무너져 내린 성벽과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색깔이 바래 가는 벽화를 볼 때는 가슴이 아팠어요. 자랑스러운 고구려 역사 유적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조군은 답사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미국인 친구들에게 고구려 역사와 답사 경험담을 들려줄 생각이다.

▼보고서 작성 체크포인트▼

아무리 주제가 훌륭하더라도 틀에 박힌 형식으로 보고서를 써내면 빛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인터넷 등지에서 자료나 보고서를 내려 받아 그대로 베껴 제출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학생도 있다.

▽눈높이에 맞는 글을 써라〓욕심이 앞서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어른처럼 글을 쓰면 감점 요인.

▽자신의 생각을 쓴다〓학원이나 학습지 등에 나온 내용이나 표현을 자주 쓰면 개성 없는 ‘판박이’ 보고서가 되기 십상. 한 줄을 쓰더라도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쓴다. 참고문헌을 밝히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분량이나 형식에 얽매이면 부담이 간다. 기본적인 보고서 형식을 지키고 사진 그림 지도 등을 곁들여 편집해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보자.

▽구체적으로 쓴다〓‘참 재미있었다’는 막연한 표현보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했더니 재미있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사건을 서술할 때는 장소 시간 등 육하원칙을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솔직하게 쓴다〓느낌을 과장하거나 보고들은 점을 지나치게 미화하면 사실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체험학습은 자기 경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 보고들은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한다. 실수담 경험담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개선점을 제시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도움말〓서울응암초등학교 교사 문인화)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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