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예수교장로회, 32개 용어 현대어법 맞게 바꾼다

  • 입력 2001년 8월 9일 19시 02분


‘영결식’은 ‘장례예식’, ‘헌금’은 ‘봉헌’, ‘소천(召天)하셨다’는 ‘별세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십시오’ 등으로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대폭 바뀔 전망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은 다른 종교의 흔적이 남아 있어 개신교 윤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대적 어법에 맞지 않는 32개 용어를 고치기로 하고 최근 수정안을 만들었다. 이 수정안은 다음달 총회에 상정된다.

수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돈을 바치는 행위를 지칭하는 ‘헌금’은 하나님의 은총 앞에 성도들이 응답하는 행위를 뜻하는 ‘봉헌’으로, ‘소천하셨다’의 소천은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이므로 우리말인 ‘별세하셨다’나, 단순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또는 ‘숨을 거뒀다’로 바뀐다.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의 명복은 죽은 자들이 복된 심판을 받아 극락에 가기를 바란다는 불교적 용어라고 보고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또는 ‘부활의 소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로 고쳐진다.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영결식(永訣式)’ ‘고별식(告別式)’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는 기독교와는 맞지 않으므로 ‘장례예식’으로 대체한다.

‘미망인(未亡人)’은 먼저 죽은 남편을 따라죽었던 고대 풍습에서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을 지칭하는 만큼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기독교 윤리에 따라 ‘고인의 부인’이나 ‘고인의 유족’으로 바뀐다.

‘축제’나 ‘삼우제(三虞祭)’에는 유교식 제사의 의미가 짙게 남아 있으므로 각각 ‘잔치’나 ‘첫 성묘’ 등으로 부르고 장례시 시신의 위치를 잡아주는 칠성판(七星板)은 북두칠성이 인간의 길흉화복을 지배하는 토속 신앙을 반영한 것이므로 단순히 ‘고정판’ 또는 ‘시정판(屍定板)’ 등으로 고쳐진다.

목사들이 설교시 흔히 사용하는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는 회중을 자극해 ‘아멘’으로 응답하도록 함으로써 설교의 질서를 문란케 하고 미신적 기복사상을 키워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설교시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성가대’는 ‘찬양대’, ‘대표 기도’는 ‘기도 인도’, ‘사회자’는 ‘인도자’, ‘대예배’는 ‘주일 예배’, ‘열린 예배’는 ‘열린 집회’, ‘증경 총회장’은 ‘전 총회장’ 등으로 바뀐다.

총회에서 승인된 용어들은 10월 예배부터 공식 사용된다. 개신교 장자교단인 예장 통합 측의 변화는 타 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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