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국대학생들 '연해주'서 봉사활동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53분


연해주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
연해주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
“스파시바, 스파시바(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러시아 연해주 남부 크라스키노의 한 농장. 34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속에서 한국 대학생 10여명이 농장일을 거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7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농장주 예프렘 김(40)은 학생들이 고생하는 모습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연방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북한쪽 국경도시 하산에서 동쪽으로 불과 27㎞ 떨어져 있는 인구 4700여명의 조그만 마을 크라스키노.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내몰려 살았던 고려인의 후손들이 돌아와 정착촌을 건설하는 곳이다.

남양알로에와 야후코리아가 모집한 ‘2001 해외봉사단’에 한국의 대학생 20명이 참가, 지난달 18일부터 12일 동안 연해주 일대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겸한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 현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25일 오후 크라스키노 한복판에 있는 유치원. 흙손과 삽을 든 학생들은 7년 전 벽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던 창고건물을 보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처음 하는 삽질, 미장일이 어설퍼 보였지만 ‘완벽시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표정만큼은 진지해 보였다.

한국외국어대 신방과 4학년 김민성씨(25)는 “고려인들의 삶을 통해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통역을 담당했던 극동대학의 한국어 전공 대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배운 것은 또 다른 소득”이라고 말했다.

해외봉사단의 일정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계속됐다. 현지 박물관을 둘러보며 발해의 유물과 고려인들의 정착 및 이주과정을 살펴본 것. 또 시베리아 호랑이가 서식하는 등 생태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연해주의 자연환경을 둘러볼 기회도 가졌다.

봉사단장인 한신대 백준기 교수(정치학)는 “북한 러시아 중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이곳은 최근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가 연결된다는 기대감에 국내외 기업의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극동지역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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