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계종 원로들 권위 흔들린다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2분


불교 조계종 원로들의 권위가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들 원로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제자들의 잘못도 없지는 않겠지만 원로 스스로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처신이나 결정을 함으로써 이런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불보종찰(佛寶宗刹)인 경남 양산 통도사의 방장 월하(月下)스님은 18일 열린 임회(林會·총림의 최고회의)에서 신임 주지로 현문스님을 추천했으나 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이례적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휠체어를 탄채 직접 임회에 참석한 월하스님은 방장 권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월하스님은 98년 조계종 사태에서 밀려난 정화개혁회의측에 선 탓에 방장 추대가 취소돼 있기는 하지만 ‘한번 방장으로 추대했다가 이를 취소할 수 있느냐’는 종헌 종법상의 논란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사실상 방장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본래 총림의 방장은 임회에 상관없이 주지를 직접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임회에서는 ‘방장의 지위에 결함이 있으므로 방장의 주지추천권은 인정하되 방장이 추천한 후보와 다른 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주지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방장의 의도는 무산됐다. 방장에 반대하는 측은 최근 백련암에서 3년 무문관 수행을 마친 원산스님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최대 청동좌불 건립을 주도하고 있는 법보종찰(法寶宗刹)인 경남 합천 해인사의 방장 법전(法典)스님은 불교계 안팎의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휩싸여있다.

법전스님측은 ‘입적한 자운(慈雲) 성철(性徹)스님의 유지’를 거론하며 대불건립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89년 5월 임회 회의록에는 대불건립이 안건으로 상정됐을 뿐 구체적인 논의도 결론도 없었던 것으로 나와있다.

게다가 성철스님의 맏상좌로 성철스님의 말년 10년을 모신 천제스님은 ‘대불은 성철스님의 유지가 아니었다’고 증언해 해인사측에 결정적 타격을 줬다.

지난해 경북 문경 봉암사 조실(선원의 최고 어른)로 추대됐던 진제(眞際)스님은 추대 몇 달도 안돼 이 절을 떠났다. 봉암사는 조계종 직할 특별선원이자 해방직후 한국 불교를 쇄신한 ‘봉암사 결사’로 유명한 절이다.

진제스님은 ‘한강 이북에는 송담(松潭·인천 용화사 조실)이 있고, 한강 이남에는 진제가 있다’고 할 정도로 명성이 있는 선승. 그러나 진제스님은 종단으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선학원 등의 문제를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채 조실에 취임한데다 취임 직후 무리하게 100일 밤잠을 자지않고 참선하는 용맹정진을 추진, 수좌들의 반발을 샀다. 진제스님은 결국 수좌들의 반발을 참지못하고 조실 자리를 떠났다.

조계종의 한 중진스님은 “산속에 틀어박혀서도 그 청정한 기운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던 성철스님 같은 큰 별은 사라지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스님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종단이 처한 불안한 현실을 한탄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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