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에 대한 평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특히 최근에 나온 고려대 강사 문광훈씨(독문학)의 ‘김우창 읽기:구체적 보편성의 모험’(삼인)은 김 교수만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 ‘김우창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음 주에 발간될 반년간 평론지 ‘비평’ 4호(생각의나무)에 실리는 고종석씨(문화평론가)의 ‘처변불경(處變不驚)의 이성’은 김 교수의 저서인 ‘정치와 삶의 세계’(삼인)에 대한 서평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가 20여 년 동안 읽어 온 김우창 교수의 글에 대해 전반적인 평을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김우창 론’에 대해 “김 교수에 대한 본격적인 평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씨는 “김우창 교수의 저서가 갖는 문학적 예술적 성찰력 때문에 평을 쓰게 됐다”며 “그의 성찰력은 김우창 교수의 글이 갖는 깊이와 넓이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김 교수의 글을 읽으며 발견하는 것은 감각과 이성, 주체와 객체, 구체와 보편 등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것들을 공존하게 하는 김 교수의 사유(思惟)다. 김 교수가 이같은 공존을 이끌어 내는 핵심에는 ‘심미적 이성’이라는 그의 독특한 개념이 있다.
고씨는 김 교수가 행하는 ‘심미적 이성의 탐구’는 곧 ‘구체적 보편성을 탐구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보편적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구체라는 것의 끈을 놓지 않는 태도”로서 ‘열린 보편주의’라는 것.
심미적 이성과 관련, 1997년 또 다른 ‘김우창론’인 ‘심미적 이성의 귀향’(‘포에티카’ 창간호)을 쓴 바 있는 서울대 철학과 김상환 교수는 “심미적 이성은 주체적 사유의 최고 형태로서 이미 어떤 형이상학적 지평으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미적 이성을 통해 감성과 이성, 구체와 보편 등의 대립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대해 김 교수는 “말과 글은 주관적 행위의 산물인데 객관화되는 것은 거북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울을 안 볼 때는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다가, 거울을 보니 미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제 말이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탐구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후학들의 연구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