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봉준은 동학의 접주가 분명하다"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한양대 윤석산교수 기고

본보 토요 연재 ‘신복룡 교수의 한국사 새로 보기’ 가운데 ‘전봉준은 동학교도가 아니었다’(6월2일자 A18면 게재)에 대해 천도교 측에서 이를 반박, ‘전봉준이 동학접주임이 분명하다’는 요지의 글을 보내왔다. 필자는 한양대 윤석산 교수(국문학). <편집자>

신복룡 교수는 “전봉준이 동학 교도가 아니었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전봉준 공초’ 등의 사료를 중심으로 여섯 가지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신 교수가 개진한 주장은 사료에 대한 해석을 통해, ‘그럴 수 있다’라는 주장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신 교수의 주장대로 ‘접’이라는 말이 유교의 용어라는 것은 이에 관심을 조금만 지닌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학의 ‘접’은 정신적인 조직을 일컫는 말로 쓰인 것으로, 유교의 그것과는 다르다. 특히 공초(범죄 사실을 진술하는 것)의 앞머리에 “동도 죄인 전봉준 초초문목(東徒罪人全琫準初招問目)”이라고 명기했듯이, 이미 전봉준을 ‘동도(東徒)’, 즉 ‘동학도’임을 상정하고 시작하는 공초에서 무슨 명목으로 유학의 ‘접’을 논하겠는가. 따라서 전봉준 공초에 쓰인 ‘접’은 모두 동학의 ‘접’을 지칭하며 쓰였다.

또한 전봉준의 진술에서 직업을 묻는 말에 “선비로서 업을 삼고 있다”라고 대답한 것을 통해 신 교수는 ‘전봉준은 동학의 접주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동학의 접주’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동학의 정신 조직의 한 단위인 ‘접’의 우두머리라는 뜻이지 결코 직업, 곧 생업(生業)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오늘 동학을 이은 천도교 조직에 교구별 조직과 연원(淵源) 조직이 있다. 이 연원 조직이 곧 당시의 접 조직과 같은 것이다. 본인도 연원조직의 한 직책인 ‘신훈(信訓)’이다. 누가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신훈’이라고 대답하기 보기보다는 ‘교수’라고 대답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들 공초 중에서 “동학교도 중 접주를 뽑는 것은 누가 하느냐?(東徒中差出接主 是誰之爲)”는 물음에 전봉준은 “모두 최법헌(해월 최시형을 말함)으로부터 나왔다(皆出於崔法軒)”라고 답하고 있으며, 이어 “네가 접주가 된 것도 역시 최(崔)가 뽑은 것이냐?(汝之爲接主 亦崔之差出乎)”라는 물음에 전봉준은 “그렇다(然矣)”라고 단호하게 대답하고 있다. 이는 곧 전봉준 스스로 ‘동학의 접주’임을 분명하게 밝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부분에 관해 신 교수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신 교수가 사료를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된 결과인지, 혹은 매우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결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상정되는 이 두 가지의 경우 중 어떤 경우가 된다고 해도, 신 교수는 자신이 거론한 “후세 사가들의 곡필(曲筆)”이나 “학문적으로 철저하지 못한 몇몇 학자”들의 대열에 스스로가 들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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