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촌 '문화특구'로 거듭난다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2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풍남동 일대의전통 한옥기와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풍남동 일대의
전통 한옥기와촌
전통 한옥의 보고(寶庫) 전주. 천년 고도(古都)의 숨결이 배어있는 전주가 21세기 관광명소로 거듭 태어난다. 흘러간 영화의 세트처럼 점차 퇴락해 가는 전주의 한옥촌이 ‘전통문화특구’로 새롭게 단장되는 것이다.

도심에서 1㎞ 안팎인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는 ‘한옥 박물관’으로 꼽힌다. 도심 한옥촌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건축학적 문화사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주시는 이곳을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사라져 가는 ‘옛것’들을 체험하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전주의 문화 역사적 이미지를 관광 상품화하겠다는 의욕적인 ‘전통문화특구’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한옥 박물관’ 전주〓교동과 풍남동 일대 한옥촌은 가로 300m, 세로 700m에 이르는 4개 구역에 기와를 얹은 된 한옥 800여채가 모여 있다.

이곳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고려 말기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중기 이후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한옥 기와촌이 형성됐다고 한다.

지금의 한옥은 대부분 조선시대 모습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새로 신축되거나 실내 구조와 담 대문 등이 많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건축학자들은 한옥의 모양과 구조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연대기적으로 보여 주는 ‘한옥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한옥촌 주변에는 유적들도 즐비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사적 제339호)과 풍남문(보물 제308호), 전주천이 내려다보이는 벼랑 위의 유서 깊은 정자 한벽당, 고려 말 이성계가 운봉에서 왜군을 무찌르고 돌아 가던 중 승전을 자축하며 조선 건국의 뜻을 비친 오목대(지방기념물 제16호), 전주향교 등….

이곳에서 TV 인기사극 ‘용의 눈물’과 ‘왕과 비’가 촬영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은 ‘명성황후’를 찍고 있다.

▽‘전통문화특구’ 개발계획〓전주시는 2006년까지 모두 600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전통문화특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한옥체험문화관 등 다양한 전통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전통민속주 제조 과정을 보여주고 전통음주예법을 알려주는 전통술 박물관과 한지 부채 전통악기 자수 등 전통공예품을 직접 제작 판매하는 전통공예품 전시관이 건립된다. 한의학 역사자료와 한약재를 전시하고 실제 한의원을 운영하는 전통한의학박물관은 2002년까지 완공된다.

또 관광객들이 전통 한옥에서 직접 숙식하면서 양반들의 생활사를 체험하는 한옥체험문화관과 판소리 국악을 공연하는 판소리 전용극장도 세워진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등 전주 특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관과 전통혼례식장을 갖춘 전통문화센터도 건립된다.

팔달로에서 경기전 앞을 거쳐 기린로까지를 잇는 경기로를 폭 15m로 확장, 공예품 가게와 전통찻집 화랑 표구사 등이 밀집한 ‘문화의 거리’도 조성된다.

주변 경관도 전통문화특구에 걸맞게 새롭게 단장된다.

오목대 주변의 외래 수종이 소나무 상수리 진달래 등 전통 수종으로 모두 바뀐다. 거리의 아스팔트도 전벽돌 등으로 교체된다. 주택의 담도 구역별로 흙벽돌이나 싸리나무 돌담으로 탈바꿈한다.

▽한옥보존과 재산권 침해〓일대 주민들은 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된 뒤 97년 해제될 때까지 자기 집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고 거래마저 이뤄지지 않는 등 재산권 침해를 받아 왔다.

시는 이를 감안해 전통문화특구 내의 한옥을 증·개축할 때 1000만∼3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희망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대문과 담도 전통양식으로 교체해 줄 계획이다.

그러나 총 6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비와 보수비 지원금 등 예산 마련이 쉽지않은 데다 이 지역이 다시 도시설계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행정상 혼선이 일면서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또 가로 확장 제한을 둘러싸고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완주(金完柱) 전주시장은 “전통문화특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원형 보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생활상의 불편과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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